“000씨 댁이죠? 저희가 실수로 풀어드렸는데 다시 오시죠.”
A씨는 2005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범죄를 저질러 구속기소됐던 그는 재판에서 집행유예와 함께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돈을 낼 수 없는 형편이라 벌금 대신 감옥에서 노역을 하기로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교도소 측은 그를 석방했다. 그러나 며칠 뒤 교도소로부터 “실수였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A씨는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국정감사가 임박하면서 교정기관의 황당한 실수와 재소자들의 ‘꼼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무부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 등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청주교도소는 벌금 미납으로 40일 동안 수감해야 하는 재소자를 실수로 석방했다가 뒤늦게 재수감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실수를 저지른 교도관은 징계 후 전출 조치를 당했다.
‘대리 복역’ 사례도 속속 적발됐다. 2006년에만 성동구치소 등 4곳에서 수감 대상자로 위장해 복역을 시도하던 ‘위장 재소자’들이 적발됐다. 4월에는 인천구치소에서 대리 복역자 김모씨가 열흘 이상 수감 생활을 하다 뒤늦게 적발돼 출소 조치됐다. 천안교도지소에서도 한 남성이 형 대신 입소했다가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교도관에게 적발돼 출소됐다.
교도소 내에서 살인, 성폭행, 자살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년 동안 다른 재소자를 폭행해 징벌을 받은 재소자가 2,700명, 교도관을 폭행한 재소자가 298명에 달했다.
2004년에는 대전교도소에서 재소자가 둔기로 교도관을 때려 살해했고 2005년에는 여성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06년에는 반대로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들을 상습 성추행해 한 피해자가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2002년 이후 교도소내 자살 사건도 69건에 이르렀다. 재소자 자살 건수는 2003년 5건에서 2004년 12건, 2005년 16건, 2006년 17건으로 증가 추세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소자의 탈출을 다룬 인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한국판을 보는 듯 재소자의 도주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2년 이후 도주 사건은 대구ㆍ성동구치소와 대구ㆍ전주ㆍ부산 ㆍ청송3ㆍ대전ㆍ포항교도소에서 모두 9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개소 1년이 채 되지 않은 포항교도소에서 재소자 한 명이 도주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일종의 휴가 제도인 ‘귀휴’를 떠났던 이 재소자는 귀소 시간을 어기고 돌아오지 않다가 연고지 기차역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2005년 이후 도주 물품 제작과 보안시설 장비 훼손 등의 행위로 적발돼 독방에 갇힌 ‘탈옥 미수범’도 29명에 이르렀다.
법무부 관계자는 “도주자 대부분은 외부 병원 등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리거나 귀휴 등 과정에서 도주했다”며 “교소도 안에서 밖으로 탈옥하는 영화 같은 상황은 현실에서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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