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고음악 전문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59)는 ‘고음악의 여왕’으로 불린다. 영혼을 맑게 해주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와 탁월한 표현력은 30여년간 그를 고음악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고전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100여개가 넘는 음반을 남겼으며, 특히 영화 <샤인> 에 삽입된 비발디의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안식을 선물했다. 음악 전문지 BBC 뮤직매거진은 그를 역대 최고의 소프라노 10위로 선정했으며, 영국 왕실은 데임(Dame) 작위를 수여했다. 세상엔> 샤인>
제2회 국제바흐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처음 내한, 28일 세종체임버홀에서 독창회를 여는 커크비가 스위스에서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영국 소프라노 이소벨 베일리의 자서전 제목을 인용해 “크게 부르기 보다 사랑스럽게”라고 답했다. “본질적으로 가장 전달이 잘 되는 가창은 인간의 말소리에 가까운 단계의 것입니다. 외치는 것은 강한 인상을 남기긴 하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죠.”
커크비는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24세 때부터야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앤드류 패롯 등과 작업하며 고음악 운동의 중심에 섰다.
그는 “노래를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일찍 시작할 필요가 없으며 젊을 때는 좋은 음악가가 되기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혹은 그저 재미로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에게 노래는 직업적 성악가가 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사교 활동이었어요. 지금 역시 그렇구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르네상스 시대 노래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했죠.”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적과 침묵을 강조했다. “가장 좋은 레퍼토리는 너무나 귀중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찾기 어려운 정적을 콘서트홀에 불러오는 힘을 갖고 있어요. 고음악은 침묵의 장식이며 침묵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죠. 당대 악기들, 특히 류트가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커크비는 “르네상스 악기의 여왕인 류트는 섬세하면서도 표현력이 뛰어난 절묘한 악기”라며 “가수에게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준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오르페우스’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커크비는 류트 연주자 야콥 린드베리의 반주로 16, 17세기 영국의 작곡가인 존 다울랜드와 헨리 퍼셀의 류트송을 부른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타펠 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는 바흐의 칸타타 <나의 행복에 만족하나이다> 와 <물러서거라, 슬픔의 그림자여> 를 선사한다. 물러서거라,> 나의>
커크비는 “한국은 훌륭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나라로 알고 있다”면서 “유럽 뿐 아니라 본토에도 그런 음악인들이 많으리라 생각하고, 그래서 한국 공연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첫 내한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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