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시장에 ‘3불문(不問)’ 현상이 확산되면서 부동산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택경기가 ▦지역 ▦건설사 브랜드 ▦전매 제한 여부 등 3가지 조건에 관계없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부동산규제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은 일찌감치 미분양 물량 홍수로 중견ㆍ중소업체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으며, 최고 인기지역인 서울 강남권마저 청약률이 거의 0%에 그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단지의 청약률도 4~5%에 그치고 있으며, 입주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한 수도권 유명 택지지구 분양 단지도 10% 안팎의 청약률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인기지역, 전매 가능 아파트, 대형 건설사 브랜드는 불황과 관계없이 분양이 순조롭게 마감되는 3대 보증수표였으나, 최근 이 같은 업계 관행이 붕괴된 것.
11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 우남건설 한양 등 3개 중견 건설사가 공급하는 경기 양주 고읍택지 지구 동시분양 1순위 청약 결과, 1,912가구 모집에 단 138명만 신청했다. 청약 경쟁률이 평균 0.07대 1에 그쳐 분양업체 관계자들의 가슴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우남 퍼스트빌 아파트에는 전체 372가구 가운데 25명이 신청, 347가구가 미달(경쟁률 0.06대 1)됐다. 우미 린 아파트도 513가구 공급에 22명만 청약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입주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한데다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싸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한양 수자인’의 경우 2개 단지에서 총 1,027가구를 모집했는데 청약자는 91명에 그쳤다. 0.08대 1의 청약률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낸 셈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무더기 미달 사태로 인해 자금상황을 체크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부산 연산동에서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1,598가구 모집에 92명만 신청, 0.05 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0개 주택형 가운데 4개 주택형에는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청약 분위기가 썰렁했다.
한화건설이 울산 삼산동에서 분양한 아파트도 1, 2순위 청약 결과, 716가구 모집에 32명만 접수했다.
부산과 울산은 기존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있는데다, 신규 공급도 넘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형 업체의 극히 저조한 청약률에 대해 업계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지난달말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메디치 주상복합의 경우 50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2명에 그쳐 미분양 바이러스가 강남권 등 버블세븐으로 전염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주상복합의 경우 2명마저 청약의사를 철회해 청약률 0% 단지가 돼 ‘강남권’이란 이름을 무색케 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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