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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북미 훈풍과 대북 강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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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북미 훈풍과 대북 강경론

입력
2007.10.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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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사이에 불고 있는 훈풍의 틈새로 조지 W 부시 정부 내부로부터 대(對)북한 정책을 둘러싼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6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거진 북한의 대 시리아 핵 시설 지원 의혹과 관련한 정보 해석을 두고 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티격태격한다는 소식이다.

딕 체니 부통령을 필두로 한 매파는 대북 협상 재고를 요구하고,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협상파는 이스라엘의 정보에 의문을 제기하며 버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그들은 특정 문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내부 사정을 공개할 정도이고 보면 다툼의 정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강ㆍ온파의 대립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느 쪽에 목소리의 힘이 실리느냐에 따라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핵 문제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마다 북한의 핵 관련 거래설이 불거졌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를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의 방북 길은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보유설로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파키스탄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대가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지원했다는 정보가 빌미가 됐다. 이후에도 북한의 대 시리아 미사일 커넥션과 대 리비아 핵 물질 수출설이 수시로 불거지면서 북미 대화 분위기를 끊어 놓곤 했다. 그 이면에서 강경파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시 정부 2기 들어 강경파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이 유엔 대사로,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기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마저 이라크 전후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강경파의 연대는 상당히 느슨해졌다.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가 표면화했던 2003년 여름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길을 수행하면서 체니, 럼스펠드가 손을 쓸 수 없는 틈을 타 대북 협상을 승인받았을 정도로 강경파에 포위됐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강경파의 퇴조를 논하기엔 이르다. 매파의 좌장인 체니 부통령은 다소 힘이 빠진 듯하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그의 참모들은 정보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2004년 미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체니 부통령은 언론의 따가운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일 동안 꼬박 연단 바로 뒷자리를 지켰다.

부시의 뒤에는 체니가 버티고 있다는 믿음을 보수파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한 설정이었다. 그런 체니가 북미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지금 "그것 봐라. 북한은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무장관으로서 역사상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라이스 장관이 모처럼 찾아온 대북 협상 분위기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대외 정책에서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부시 정부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지적도 솔깃하게 들린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이 눈에 보이는 핵 불능화 조치는 이행한다 해도 기존의 핵 생산이나 이전 활동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눈속임을 하거나 검증 능력을 시험하려 한다면 강경론이 다시 불을 지필 여지는 충분하다. 최근의 6자회담 합의나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마냥 즐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승일 국제부장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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