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대표 장례식 돕다가 사망 업무상 재해"

회사 대표이사의 장모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안내 등을 돕다 쓰러져 숨진 40대 회사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유명 영화제작사 간부로 회사 자산관리 등을 총괄하던 박모(42)씨는 지난 해 4월 대표이사가 장모상을 당하자 회사 지시로 장례 절차 등을 맡게 됐다. 전체 조문객 1,000명 이상에 회사 업무와 관련된 사람만 300명이 넘었지만 박씨는 이들 모두를 안내하고 접대했다. 박씨는 잠도 못자고 조문객을 맞던 중 장례식장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발작을 일으키며 숨졌다.

이에 박씨의 어머니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요청했으나 공단 측이 “사적으로 장례식 업무를 진행하다 사망했다”며 거부하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신동승)는 11일 이 소송에서 “공단은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회사 결정에 따라 장례식 업무를 수행했고, 2005년 말부터 사망 전까지 계속된 초과 근무로 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장례식 진행을 총괄해 40시간 이상 정상적 수면을 취하지 못한 채 조문객 안내, 장지 답사 등을 한 점을 종합하면 회사 업무 차원에서 장례식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