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군이 11일 이라크 접경 시르나크 지역에서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족 반군을 상대로 대규모 공격에 나서자 국제 사회가 숨을 죽이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라크 영토가 빤히 보이는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는 터키군이 만약 국경을 넘어 이라크 영토에서 쿠르드족 반군 공격에 나서면 중동 안보가 상당한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군은 이 날 F16 전투기와 코브라 헬기, 탱크 등을 동원해 터키 영토인 시르나크 지역의 쿠르드족 반군 은거지를 맹폭격했다.
이와 함께 터키군은 쿠르드 반군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탱크를 동원해 탈출로를 봉쇄했다. 현지 일간지 후리예트는 이 날 터키군이 이라크 영토까지 진격해 카리나마, 나즈드르, 시나스에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 기지를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사태의 표면적인 발단은 최근 이 지역에서 쿠르드노동자당(PKK)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터키군 15명이 사망한데 따른 것이지만 이면에는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수 백 년에 걸친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터키는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 반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왔으며 자국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을 철저히 탄압하고 있다. 이에 맞서 터키 내 쿠르드족을 대변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이라크 북부에서 자치권을 행사하는 이라크 내 쿠르드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독립 투쟁에 나서고 있다.
터키는 1980년대 이후 20여 차례나 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르드 반군 소탕 작전에 나섰지만 외교문제로 비화되자 1997년의 대규모 공습을 끝으로 월경 군사 작전을 자제해왔다.
전문가들은 레제프 에르도간 터키 총리가 외회에 신청한 군사 작전 요청안이 공식 승인되는 15일을 전후해 이라크 국경을 넘는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터키 현지에서는 자국 병사를 살해한 쿠르드 반군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때마침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10일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집단 살해한 것을 대량 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터키 정부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있다.
이라크로 공수되는 군사 물품의 75%가 터키 영토를 거쳐야 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어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1월 한국석유공사가 쿠르드 지방정부와 유전개발 양해각서를 맺어 한국 기업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8월 현대건설 등 13개 기업이 고속도로 건설 공사 등의 양해 각서를 맺기도 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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