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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대학 이렇게 달라진다] <2>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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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대학 이렇게 달라진다] <2>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입력
2007.10.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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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공학 교육은 철저히 실리 중시이다. 수요자(산업계) 관점에서 ‘기술 상용화를 통한 수익 창출 여부’가 교육의 최종 목표가 된지 오래다. 인재 육성 방침도 마찬가지다.

현장이 요구하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판단 아래 급변하는 기술ㆍ환경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기대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십년간 양적 교육에만 치우쳐 심각한 수급 불균형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 이들의 앞선 교육 체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학 교육은 진부한 커리큘럼만 고수하고 산업을 선도하기 보다 따라가기에 급급한 후진적 시스템으로 일관해 왔다”며

“현장이 대학을 외면하는 것도 교육의 질적 하락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 기술이전으로 승부한다

일본은 1998년 ‘대학기술이전촉진법’을 제정해 대학의 연구 성과를 민간 사업자에게 장려하는 기반을 일찌감치 구축했다. 대학이 보유한 기초기술의 사업화를 희망하는 기업은 정부가 승인한 기술이전기관(TLO)을 통해 기술개발의 일정액을 보조 받으며, 원활한 기술 이전을 위해 교수의 겸직 및 투자 금지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일본 가나자와(金澤)공대의 ‘공학설계 교육’은 이 같은 혁신이 가져온 산물이다. 이 학교는 1학년 때부터 5,6명 규모의 소그룹을 편성해 연구 주제를 정한 뒤 졸업 때까지 단계적인 성과를 상호 검증하는 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4년간의 성과물은 외부에 공개돼 기업과 지자체의 중요한 기술개발 재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단순히 돈만 퍼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주축이 돼 2004년부터 대학 연구활동의 산업기여도를 평가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가 ▦인재양성 ▦지식창조 ▦산업 환원 등 분야별로 커리큘럼과 이행 실적을 세심하게 점검하다보니 대학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차별화된 교육 모델을 갖출 수밖에 없다.

■ 미래 엔지니어는 현장에서 찾는다

미국 하비머드대는 전형적인 강소(强小) 대학이다. 전교생은 700여명에 불과하지만 공학 분야에서 미국 10대 명문에 손꼽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유는 ‘엔지니어링 클리닉’으로 불리는 독특한 실무형 프로그램에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기업의 후원으로 산업 현장과 연계된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치열하게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경험하고 해결능력을 체득할 수 있는 비결은 교육에 연간 1,200시간을 투자하는 학교의 전폭적인 뒷받침 덕분이다.

조지아공대의 ‘학생 참여 연구(Co-op)’제도나 메사추세츠공대(MIT)의 ‘공학현장 인턴십’도 인력 양성의 성공사례로 정평이 나있다. 정식 등록 과목인 Co-op에는 600여종의 다양한 현장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매년 3,800여명의 학부생들은 학기 중 현장의 분위기를 공유하며 학점까지 취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5년제 학ㆍ석사 과정으로 운영되는 공학현장 인턴십 역시 정규 직원에 준하는 급여를 받으며 개인의 연구ㆍ개발 능력을 배가시키게 된다.

미국이 지난 100년간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공학 교육의 주체인 산업계와 학계가 힘을 모아 산업의 전략적 틀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5년 공학한림원(NAE)이 수립한 ‘엔지니어 2020(Educating the Engineer of 2020)’을 통해 10년 후의 새로운 공학인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로 혁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 고품질 교육은 학제 개편부터

유럽연합(EU)은 98년 채택된 ‘볼로냐 선언’을 통해 미래 공학 교육의 성패를 저울질하고 있다. 핵심은 ‘공존과 세계화’다.

EU는 ‘국경없는 대학’을 목표로 2010년까지‘유럽고등교육자유지역(EHEA)’을 창설해 각국 대학을 공존 가능하고 비교 가능한 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회원국 사이에 기존 4년제 학사과정만으로는 전문 인력 양성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학제를‘3+2’체제로 단일화해 대학→ 대학원→ 산업현장으로 이어지는 이론과 실습의 유기적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김홍석 한국산업기술재단 공학교육혁신팀장은 “주요 선진국들이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산업밀착형 프로그램으로 공학 교육을 특성화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의 공대 혁신 작업도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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