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에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이, 감사원장은 전윤철 현 원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음달 9일과 23일 각각 임기가 끝나는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임을 11일 인사추천회의에서 결정할 계획”이라며 “검찰총장에는 후보들 중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이 가장 앞서있고, 감사원장은 전윤철 원장의 연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에 올라 있는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연수원 연수와 방위병 근무기간이 겹쳐 군 복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원장의 연임은 퇴임 후 원장대행을 맡아야 할 감사위원들이 11월과 12월 잇달아 임기가 만료돼 새 원장을 선임하지 않으면 감사위원회 구성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2년 임기의 검찰총장과 4년 임기의 감사원장 임명을 강행하는 데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총장 등 정무적 성격이 강한 정부 내 요직 임명은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이 정치 도의나 관행에 맞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임기제인 검찰총장의 임기를 법에 따라 지켜줘야 한다는 큰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법적으론 그렇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외면한 형식논리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자리는 업무 성격 상 최고 통치권자와의 호흡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임기 말 대통령이 인사권만을 내세워 임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다.
통치철학과 성향이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대통령과 임기가 보장된 이들 직책에 있는 인사들간 알력으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와 정책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임기 초반 “검찰 상층부를 믿을 수 없다”는 공개적 발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각영 검찰총장을 사실상 밀어낸 바 있다. 취임 당시만 해도 “현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호언 했던 노 대통령이다.
자신은 이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을 교체해놓고, 자신이 임명한 사람은 다음 정권도 임기를 보장해야 하다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억지다.
청와대의 검찰총장 임명강행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임명에 반대해온 한나라당의 파상 공세로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노 대통령 사람을 심어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게 아니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가 전 원장을 연임시키려 하는 것도 청문회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이런 논란을 뻔히 예상하면서 검찰총장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가깝게는 대선, 멀게는 내년 총선을 내다본 노 대통령의 정치구상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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