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에 힘입어 최근 고용 및 설비투자 지표대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주택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이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의 악영향이 실물경제 전반에 연쇄파장을 일으키면서 경기침체를 맞을 것인가.
뉴욕증시의 최고치 경신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했던 미국 경제의 미래가 최근 들어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9일 ‘미국 주식회사, 수년래 최대 불확실성에 직면하다’란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현재 미국경제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을 역임한 최고의 경제통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명예회장조차도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최근 5년래 가장 불확실한 경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2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우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FRB의 금리인하 기조에 따라 미국 경제가 향후 수 분기 동안 1.5~2%의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한 뒤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내년 중에 주택경기가 침체의 골을 벗어나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주택경기 침체가 향후 더 심각하게 전개돼 격심한 소비침체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그 어느 때 보다 크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이 같은 가능성을 25~30%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시나리오의 전개 가능성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국 주요 기업들은 향후 경기흐름에 대비한 사전투자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영 컨설팅 업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최근 150개 미국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파악한 향후 인력 충원계획은 기업들의 이 같은 혼란상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조사 설문은 ‘향후 6개월 내에 고용을 늘릴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응답 기업의 3분의 1은 ‘추가 고용을 할 것’이라고 답한 변면, 4분의 1 정도는 오히려 ‘인력을 감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격적인 경영계획과 방어적 입장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 셈이다.
정책 당국 역시 어느 한 쪽을 겨냥한 정책을 펴기 어려울 정도로 딜레마에 빠졌다. 들쭉날쭉한 지표에 따른 혼란인 셈이다.
소비는 일단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계 수입 성장률은 둔화했다. 자동차 판매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기업 내구재 주문은 호황도 아니고 침체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8월 고용지표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혼란상도 나타났다. 달러 급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변수도 재차 부상하고 있다.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조정에 그 어느 때 보다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결국 이 같은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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