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립합창단 보다 낫대요. 호호호….”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30∼50대의 주부들로 구성된 분당구 어머니합창단원 30여명이 발성연습에 여념이 없다. 음계를 각자 음량에 따라 부르며 화음을 맞추는 연습인데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어 본 연습에 들어가자 감미로운 화음에 절로 눈이 감긴다.
분당구 어머니합창단은 각종 대회를 휩쓸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강원 화천전국합창대회 대상(2001) 부산세계합창올림픽 금메달(2002) 독일 브레멘합창올림픽 은메달, 거제전국합창대회 대상(이상 2004) 휘센합창대회 최우수상(2005) 중국세계합창올림픽 동메달(2006)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숨가쁠 정도다. 올해도 3일 고양시에서 열린 제1회 행주 합창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1995년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창단한 이래 지금까지 60여 차례 정기 및 초청 연주회도 가졌다. 특히 이들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초청이 쇄도, 골라서 참가해야 할 정도다. 연말 송년음악회 때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들이 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어선 데는 혹독한 연습이 바탕이 됐다. 매주 두 차례 4시간 이상씩 정기연습을 한다. 3곡 정도를 소화하는 데 워낙 진지하게 연습해 땀으로 몸이 흠뻑 젖을 정도다. 출결도 엄격하다. 한 학기(6개월)에 10번 이상 결석하면 가차없이 퇴출이다.
어머니합창단의 박영희(47) 단장은 “여느 시립합창단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뛰어난 화음과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졌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면서 “연습이 혹독한 만큼 많은 단원들이 아마추어보다는 프로패셔널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다소 주춤했던 이들의 활동은 유태왕(52)씨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6개월 만에 수상 성적을 내는 등 재도약하고 있다. 11월 부산국제합창대회에는 유씨가 작곡한 ‘인연’이라는 합창곡을 갖고 나갈 계획이다. 내년에 열릴 오스트리아 합창 올림픽에서도 상위권 입상을 노리고 있다.
38명의 단원을 이끌고 있는 유씨는 “단원들이 전공자에 버금갈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다”며 “아직 미흡한 점이 눈에 띄지만 아마추어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55세 정년을 앞둔 합창단원을 보강하기 47세 미만의 ‘어린’ 신규합창단원 5명을 모집 중이다.
글ㆍ사진=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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