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람이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도 거세다. 피아니스트 랑랑(25)은 '밝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그 주역의 한 사람이다. 11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번째 내한 독주회를 갖는 랑랑은 음악성 뿐 아니라 매력적인 인간성을 지녔다는 소문대로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쁩니다. 한국 관객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클래식 음악 지식도 풍부해 연주할 때면 항상 즐거운 곳입니다.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하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중국 선양 출생으로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랑랑은 베이징 중앙음악원과 미국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2003년부터 클래식 음반 최고 권위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세계 오케스트라의 양대 산맥인 베를린 필과 빈 필, 그리고 미국의 '빅5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뉴욕 필,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와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모두 협연한 최초의 중국 피아니스트다. 1년에 130여회의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 '와호장룡'의 영화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탄둔 등 좋은 작곡가가 많아 미래가 밝다"며 중국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 랑랑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연주자에 지나지 않을 뿐 작곡가 맨파워가 우선"이라고 겸손해 했다.
"음악이 발전하려면 작곡가가 우선이죠. 물론 제 연주가 중국 음악계의 위상을 알리는데 보탬이 된다면 기쁘겠지만요. 다행히 미국이나 독일을 중심으로 제 연주를 많이 좋아해 주시네요."
1999년 미국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몸이 아픈 피아니스트 앙드레 와츠 대신 연주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랑랑의 경력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에피소드다.
"그때가 아마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공연 이틀 전에 통보를 받았는데 17세 때였으니 멋모르고 덤볐지, 아마 지금이라면 시도하지 못했을지 모르죠."
그는 역시 중국의 신예 피아니스트인 윤디 리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랑랑은 "윤디 리의 꿈과 내 꿈이 다르고 각자 다른 길을 열심히 갈 뿐인데 비교하는 게 이상하다"면서 "남을 신경쓰다 보면 나 자신을 지탱하는 축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랑랑은 이번 독주회에서 모차르트 소나타와 쇼팽 소나타 3번, 슈만의 '어린이 정경', 호로비츠가 편곡한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 등 최근 발매한 독집 앨범 '메모리'에 수록된 곡들을 위주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02)541-6234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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