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회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는 9일 오전 광주 문성고 체육관. '살벌한' 기합 소리가 연신 터져 나온다. 체육관 왼편에는 아마 복싱처럼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낀 무술인들이 '일합'을 겨루고 있고 오른편에는 화려한 중국 고전 의상을 입은 한 명의 '고수'가 넓다란 마루 위에서 홀로 무술 솜씨를 뽐내고 있다.
지난 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중국 무술 '우슈(武術)'는 올해로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 10년째. 일대일 격투인 '산수'와 표현 종목인 '투로'로 구성된 우슈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첫 선을 보일 예정. 때문에 이날 체육관의 분위기는 어느 해보다 더 활기가 넘쳐 흘렀다.
9일 투로 1회전인 장권에 나선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이승균(충북우슈협회)은 우슈를 격투 종목 가운데 으뜸으로 꼽았다. 그는 "격투 종목으로 우슈는 태권도나 합기도, 무에타이 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서 "K-1과 같은 이종격투기에 만약 우슈 선수들이 본격 진출한다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봉학근 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예 "일반인들에게 우슈를 널리 알리는 차원에서라도 선수들이 K-1에 진출해서 본때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봉 감독은 우슈의 강력함을 상대의 힘을 적극 이용하는 기술에 있다고 본다. 그는 "상대 기술의 힘 100과 자신의 기술 100을 보태 200의 공격력을 보이기 때문에 우슈는 가장 강력한 격투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전국체전에 고등부와 여성부가 없어 우슈가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올림픽에는 85kg 이상의 중량급이 있지만 현재 국내에는 이 체급의 선수들이 나갈 대회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체전 개막 이틀째인 9일 관심을 모은 남자유도 '한 판승의 사나이' 이원희(KRA)는 일반부 81kg급 8강전에서 김철규(경남도청)에게 효과 한 개를 내주며 패했다.
지난 4월 발목 부상을 당한 이원희는 이번 대회 자신의 주 체급인 73kg이 아닌 81kg급으로 출전했다. 여자 수영 기대주 정슬기(19ㆍ연세대)는 일반부 평영 100m 결승에서 1분09초84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광주=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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