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6개 외국어고가 2009학년도 입학전형부터 영어인증시험을 배제하는 대신 내신 실질반영률을 확대키로 함으로써 사교육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외고 진학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의 입시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서울 지역 외고의 결정에 따라 경기 등 다른 지역 23개 외고도 전형 방법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 예비수험생 혼란
외고 교장단은 이날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영어인증시험 전형 제외 이유로 내세웠지만,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설립목적과 다르게 운영되는 외고의 특성화고 검토 등 교육인적자원부의 초강수를 완화시킬 목적에서 내놓은 카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외고가 마치 손바닥 뒤집듯 입학전형 요강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형 요강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은 고스란히 수험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목고 전문학원 G1230의 고신 분당캠퍼스 원장은 "영어인증시험 위주로 입시준비를 해온 학생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며 "일관성 없는 전형요강이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어인증시험을 뺄 경우 2009학년도 전형을 어떻게 실시하느냐는 것도 과제다. 지원자들의 영어실력을 검증할 만한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외고 교장단은 영어시험 공동출제나 학교별 출제를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고교입시의 지필고사 실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듣기 평가나 내신을 반영할 때 영어성적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교육 시장 변화
사교육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단기적 측면에서는 학부모들이 영어인증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미풍'(微風)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인증시험은 외고 사교육 시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어인증시험 배제로 내신과 구술면접이 당락을 가르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학원으로 학생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술면접대비 학원들이 호황을 맞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그것이다. 신동엽 페르마학원 원장은 "일단 영어인증시험 시장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신 구술면접과 내신성적을 위한 사교육비 지출은 되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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