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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투자은행)전문가 제발 와 주오~"/ 금융업계 인력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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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투자은행)전문가 제발 와 주오~"/ 금융업계 인력 턱없이 부족…

입력
2007.10.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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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최근 뼈아픈 이별을 했다. 투자은행(IB) 분야를 키우려고 영입한 인수합병(M&A) 전문가가 3개월 만에 퇴사한 것.

우리은행은 미국 명문대학 졸업, M&A컨설팅 경력이 있는 그(30대 중반)를 얻기 위해 3개월동안 물심양면 공을 들였다.

연봉(기본급 1억원 이상+성과급)은 40% 이상 더 주고 직급(차장)도 10년차 이상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그러나 그는 세 달 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증권사가 나타나자 미련 없이 떠났다.

#국민은행은 얼마 전 IB 분야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성공했다. 장장 1년에 걸친 러브 콜로 모셔온 제갈량은 홍춘욱(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 파생상품영업부 팀장.

고액연봉 등 수많은 선물보따리에도 꿈쩍하지 않던 12년차 ‘증권 맨’ 홍 팀장은 국민은행의 기나긴 일편단심과 확실한 비전 제시에 끌려 결국 주군(主君)을 바꿨다.

그는 “밤잠을 못잘 만큼 고민했지만 파생상품 등 기업금융 부문을 키우려는 국민은행의 의지가 와 닿았다”고 말했다. 몇 달 전 외환파생시장 전문가를 끝내 모 외국환 중개사에 뺏겨야 했던 국민은행이기에 홍 팀장의 영입은 더 값졌다.

금융업계는 지금 춘추전국시대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이후 금융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혁명적 변화에 앞서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저마다 신무기(신 성장동력)인 IB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난제가 있다. 바로 인재 충원이다.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뿐 아니라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정부기관까지 나서 IB 인력을 샅샅이 찾고 있지만 국내 IB 인력 풀은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종사자 2만여명 중 IB 인력은 2,000명도 안 되고, 특히 IB강화에 사활을 건 은행의 IB인력은 고작 200명 남짓이다.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불꽃 튀는 쟁탈전을 불러온다. 한 사람을 두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영입이 진행되기 일쑤인데다, 애써 모셔온 인력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곧 떠나고 그 빈자리를 메우자니 다시 영입에 뛰어들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옮긴 이신영(여) 파생상품 담당딜러는 “(IB 전문가가) 일하던 곳에서 조금만 틈을 보이면 수많은 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쇄도한다”며 “전문인력으로 편제가 돼 있어 회사를 옮길 때마다 연봉이 뛴다”고 귀띔했다.

외국인 전문가 초빙도 쉽지 않다. IB 엘리트에 대한 보수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고, 위화감 조성을 우려하는 노조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 몸값은 계속 오르는데 자체적으로 IB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마땅한 대안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 전문가를 향한 금융계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외부 전문인력 14명을 채용한데 이어 최근 M&A, 사모펀드(PEF) 등 9개 IB 분야에서 10명의 외부 전문인력을 뽑고 있다. 한국은행도 자본시장 전문가를 찾고 있다. 올해 7명의 IB 인력을 채용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도 수시로 인재를 물색 중이지만 여의치 않다.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보수체계를 글로벌 IB처럼 기본급 중심에서 성과급 중심(성과급 90+기본급 10)으로 바꾸고, IB는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한 사람이 아니라 미국처럼 팀을 통째로 데려오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과제는 역시 인력 양성이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금융계 및 학계 종사자(1,221명)를 상대로 한 설문에서 36.4%가 ‘자격증 제도를 갖춘 복수의 전문인력 양성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 IB는?

투자은행(Invest Bank)의 영문약자. M&A자문, 기업공개(IPO)주관, 회사채ㆍ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기업구조조정과 외자유치 등 자본시장에서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예금 대출을 본연으로하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와 대비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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