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는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노무현 대통령 공식수행원으로 방북한 정상회담 성과를 브리핑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참여정부가 그토록 밀어붙이던 통합브리핑룸이 아니라 과천 정부종합청사 구내식당이었다. “마감시간이라 바쁘니 멀리 떨어진 식당 말고 브리핑룸에서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도 과기부는 “다과나 들자”며 식당을 고집했다.
이유는 곧 드러났다. 김 부총리가 설명한 ‘방북 성과’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게 아니라, 과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했던 남북과학기술협력실무협의회 추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김 부총리가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과 만찬 자리에서 나눈 개인적인 이야기에 불과했다. 공식 브리핑을 하기에는 딱히 손에 잡히는 내용이 없었는데도,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해야 한다’는 강박 탓에 억지춘향식 자리를 마련했다는 느낌이다.
사실 김 부총리는 이번 방북에서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공식 협의를 따로 갖지 못했다. 김 부총리는 “북측에 적합한 상대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뒤늦게 수행원 명단에 오른 김 부총리 역시 준비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과학기술부 내부에서조차 “방북 중 무슨 협의를 할지 우리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애초에 과학기술협력 성과가 구체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식당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온 기자의 눈에 기사송고실이 있는 청사 1동에 붙은 커다란 플래카드가 띄었다. 행정자치부 명의로 “2007 남북정상회담 평화와 번영의 큰 길 여셨습니다”라고 써있었다. 누가 봐도 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아닌, ‘위업을 달성한’ 대통령에 대한 감축 인사임을 알 수 있었다.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는 것일까.
김희원 경제산업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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