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떠나간 측근들이 이라크전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회의감을 표출하거나 과거 행정부내 동료들을 비난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임기 말 부시 행정부에 드리워진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7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백악관 선임 전략기획 국장직을 그만 둔 윌리엄 인보덴은 “이라크전을 시작할 때는 우리가 하는 일을 역사가 인정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이제 이라크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있고 그것은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가 됐다”고 말했다.
8월에 백악관을 떠난 또 다른 인사는 “백악관에서 일하기 전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들었는데 이제는 친구들조차도 나와 말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내가 칼 로브 전 백악관 비서실 차장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됐다고 여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새로운 직업 등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이 역사적 평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이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주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말 현상이 막판까지 갔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 대사는 북한 및 이란 핵 문제 등과 관련해 연일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공격하고 있고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은 “더 이상 부시 대통령을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8월까지 백악관 전략구상 국장을 지낸 피터 베너는 럼스펠드 전 장관을 표적으로 삼아 “이라크에서 그럴듯한 전략으로, 그럴듯한 시도를 했으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었다”면서 “럼스펠드 전 장관은 마땅히 해야 할 자신의 조정역할을 하지 않음으로써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댄 바틀렛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로브 전 차장을 향해 “그는 내가 15년전 부시 대통령을 위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여전히 나를 풋내기로 취급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측근들 가운데 부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는 인사는 “전쟁 중에 대통령을 떠나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로브 전 차장 정도가 고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브 전 차장은 백악관을 떠난 직후 20여 군데가 넘는 출판사로부터 회고록 집필을 요청받는 등 어렵지 않게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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