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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갈수록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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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갈수록 양극화

입력
2007.10.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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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6개 적십자병원은 최근 직원 퇴직금에까지 손을 댔다.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누적적자가 무려 5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의약품ㆍ의료장비 구입비용 등 당장 줘야 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 퇴직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2005년 146억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한국신용평가에 의뢰해 ‘투자적격’ 등급(BBB-0)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병원이 외부 기관의 신용평가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료산업 육성 차원에서 정부가 병원채권 발행을 허용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소득 계층이 자주 찾는 군소 병원은 빚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반면, 일부 서울지역 대형병원은 전국 각지에서 ‘돈 많은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은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서울적십자병원 등이 의약품 및 의료장비를 구입하고 지급하지 못한 돈만 6월말 현재 173억8,700만원이다. 누적적자도 552억1,900만원에 달한다. 적십자 병원의 적자는 저소득층과 외국인 노동자 등 취약계층 환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적십자병원의 일반 환자 대비 취약계층 비율은 27%로 서울대병원 6%, 삼성서울병원 7%보다 훨씬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지방 군소병원을 중심으로 경영난에 빠진 곳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빚 때문에 공단이 지급하는 보험급여가 압류된 곳(병원급)이 지난해에는 전국 41개 병원(87억원)에 머물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01개 병원(238억원)으로 급증했다. 보험급여가 압류된 의원과 약국도 지난해 각각 128개와 102개였으나, 올해에는 215개와 133개로 크게 늘었다.

이에 비해 입원 허가서를 받고도 실제 입원까지 20여일이 걸릴 정도인 일부 종합병원은 매출과 함께 순익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4대 메이저 병원의 매출규모는 5위 이하 병원을 두 배 이상의 격차로 압도한다.

회계자료 비공개 원칙에도 불구, 신용평가 과정에서 일부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의 경영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4대 병원의 규모와 순익은 매년 급증 추세다. 한신평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의 매출은 2003년 4,145억원이었으나 2004년과 2005년에는 4,322억원과 4,849억원으로 매년 10% 가량 증가하고 있다. 2004년 34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도 2005년에는 146억원으로 4.5배나 증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 의료기관의 채권발행 허용 등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서울의 대형 병원과 지방 군소병원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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