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ㆍ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祖孫)가정’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족구성원 대부분이 경제력이 없는 피부양자로 구성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4만5,225가구 15만3,117명이던 조손가정이 2005년 5만8,101가구에 19만6,076명으로 28%정도 증가했다. 부모 사망과 이혼, 맞벌이 부부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현상이 가속화한 탓이다.
그러나 조손가정 상당수가 아동 정서 등을 고려해 생활실태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조손가정은 20만 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실제 2005년 당시 전남도가 자체 조사한 조손가정은 5,003가구(최소 2만2,600여명)로, 통계청의 수치(4,711가구 1만6,105명)보다 많았다는 것은 이런 사정을 잘 말해준다.
조손가정 급증은 농촌지역에서도 두드러진다. 전남 고흥의 A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35명 가운데 3분의1 가량인 10명이 조손가정 아이들이다. 전교생이 52명인 전북 임실의 B초등학교도 지난해 6명이던 조손가정 아이들이 올해는 12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
특히 올해 통계청 전국 가계조사를 보면 조손가정 가운데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동, 즉 아동빈곤율이 48.5%에 달할 정도로 조손가정의 절대빈곤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생활고는 물론, 아동의 학력저하와 범죄노출 등 부작용이 크지만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조손가정 가운데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가정위탁부모로 지정될 경우에만 양육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도다.
조손가정은 조부모와 손자녀의 경우 서류(주민등록)상 부양의무자와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이나 생활보호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경우가 많다. 더구나 관계 당국은 조손가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아동복지법 등 복지관련법상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황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05년 통계청 수치를 3년째 조손가정 현황자료로 우려먹고 있을 정도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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