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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조사비가 주 용처인 업무추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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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조사비가 주 용처인 업무추진비

입력
2007.10.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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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세칭 판공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청렴위원회가 2월 이후 조사한 결과, 서울시 4급 이상 간부 공무원 판공비 8억여원 중 개인적인 경조사비로 나간 돈이 5억여원으로, 전체 공무집행비의 60%가 넘는다는 것이다. 청렴위의 조사는 서울시에 국한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판공비의 쓸모가 이런 식으로 개인적인 용도에 집중돼 있으리라는 것은 많은 국민이 짐작하는 바이다.

청렴위 측은 중앙정부의 경우 판공비 규정이 지자체와 달라서 서울시 식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서울시는 청렴위의 규정 적용이 일관되지 못해 편파적이라고 반론을 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공무원의 판공비 사용이 이토록 허술하고 공적인 목적에서 사뭇 이탈해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며 만인의 상식이다.

흔히 장관 내정자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재산 증식 내역에 대해 ‘월급을 모아 저축을 해서’라는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그에 대해 국민들은 ‘아, 공무원들은 모든 월급을 저축하는구나’하는 비아냥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2007년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월급 전액을 저축해서 재산을 늘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새삼 공무원들의 괜찮은 복지 여건에 대해 시비를 걸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의 공무원, 그것도 4급 이상 공무원 정도라면 어려운 국민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도 크게 어려울 것은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그런 식의 관행은 끝낼 때가 지났다는 얘기다.

규정을 교묘하게 바꾸고 분칠을 해서 법규에 어긋나지는 않았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국민의 공복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공무원들이 그만한 자존심도 없이 구차하게 산다면 창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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