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인은 반드시 있어야 하나?’
세계 100대 은행의 절반 남짓은 주인(지배 대주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세계 100대 은행의 소유형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계 100대 은행(2007년 7월 지) 중 최대주주 관련 정보가 비교적 명확한 91곳을 조사한 결과, 영향력 있는 주요 주주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지분율 10% 미만)가 52.7%인 48곳이었다”고 밝혔다.
지분율 5% 미만인 은행도 14곳이나 됐다.
반면, 최대주주가 은행을 지배하는 곳(지분율 25% 이상)은 26.4%(24곳), 그 중간에 놓인 곳(지분율 10%~25%)은 20.9%(19곳)였다.
언뜻 보면 은행의 주인 유무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보고서는 “최대지주 지분율이 25% 이상인 주인 있는 은행들은 주로 정부계 은행이거나 금융이 그다지 발달했다고 보기 어려운 국가 소유 은행이 많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실제 은행 소유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독일은 100대 은행 10개 중 7곳이 주인이 있었고(3곳은 정부계), 상대적으로 낙후한 브라질(3곳)과 중국(2곳)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우리금융지주), 싱가포르(DBS), 러시아(Sberbank), 일본, 인도 등도 최대주주 지분율 25% 이상인 정부계 은행이 있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처럼 주인의 존재가 세계적인 민간 상업은행의 보편적인 소유형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에게 주인을 찾아주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 동안 국내에선 ‘은행에 주인이 없으면 비용부담 능력이 떨어지고 정부가 내부경영에 간섭할 수도 있다’는 의견과, ‘지배 대주주 지분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경영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고 지배 대주주가 없더라도 경영권이 활성화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굳이 은행에 주인을 찾아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은행의 주인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미국 법을 따랐다. 미국 법은 은행 지분율 25% 이상이면 은행을 지배하는 것으로 보고, 5% 미만이면 지배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분율은 세계적인 은행들의 소유형태를 대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지표”라면서도 “은행의 소유구조는 특수한 사회문화적 배경과 경제상황, 금융 역사 등에 좌우되기 때문에 세계적인 은행의 일반적 형태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금융지주(예금보험공사)와 외환ㆍSC제일ㆍ한국씨티은행(외국자본) 등이 확실한 주인(지분율 50% 이상)이 있는 은행으로 꼽혔고,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사와 국민은행은 지분 10% 이상 보유 주주가 없어 주인이 있는 은행으로 보기 어려웠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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