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아 옛 사람들이 쓴 한글 편지를 한데 모은 사이버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은 9일부터 한 달 간 디지털한글박물관(www.hangeulmuseum.org)을 통해 특별기획전 ‘옛 한글 편지전’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전시되는 편지는 왕부터 서민까지, 또 남성과 여성 모두에 의해 쓰여진 것들로, 풍속, 생활상, 인간 관계 등 구체적 삶의 모습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왕실의 편지’ ‘사대부의 편지’ ‘서민의 편지’ 코너로 나뉘어 각각 7편의 편지를 전시한다. 왕실 편지 가운데는 정조 임금이 원손(元孫) 시절 외숙모에게 보낸 편지가 눈에 띈다. 정조는 8세에 세손(世孫)에 책봉되므로 이 편지는 그 이전에 쓰여진 셈이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글씨체로 문안편지 형식에 맞춰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사대부 편지에는 송강 정철, 우암 송시열, 추사 김정희 등 이름난 조선 시대 선비들의 편지가 전시된다. 예술적 경지를 넘나드는 서체, 체면에 얽매이지 않는 진솔한 내면을 감상할 수 있다.
자신의 병환 때문에 아픈 딸을 돌봐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친정 어머니의 편지, 도지(賭地)를 충실히 내지 않는 소작노를 경고하는 상전의 편지 등의 서민의 편지는 당시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국립국어원은 고어와 흘림체가 많은 옛 편지 원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어 번역도 함께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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