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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의 월스트리트 인사이드] '모기지' 불똥의 애먼 희생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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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의 월스트리트 인사이드] '모기지' 불똥의 애먼 희생양들

입력
2007.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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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장의 뒷설거지로 어수선하다.

투자자의 반발과 감독 당국의 눈총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고위험 투자를 주도한 금융사의 고위급 간부가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워런 스펙터 공동사장이 물러났고, UBS의 휴 젠킨스 투자은행 담당사장도 최근 사임했다.

하지만 금융 파동 때마다 되풀이 되는 월스트리트의 ‘속죄 이벤트’의 본질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은 이번에 약 40억달러의 평가손을 입은 매릴린치이다.

매릴린치는 서브프라임 파동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오스만 세메르치 채권 담당 사장과 데일 M 래탄지오 신용상품 담당 사장을 사임시킨다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래탄지오 사장은 세메르치 사장과 함께 2002년 취임한 스탠리 오닐 매릴린치 회장 체제에서 고위험 투자를 통해 회사 수익에 가장 많이 기여한 공신이었다.

오닐 회장은 1년여 전 경쟁자인 골드만삭스가 고위험 채권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자 두 사람을 전격 기용했다. 두 사람 이전에 채권 담당 및 신용상품 담당이었던 제프리 크론탈과 해리 렝스필드는 위험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원칙주의자로 몰려 옷을 벗어야 했다.

세메르치 사장과 래탄지오 사장이 주로 투자했던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이 한 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이들도 졸지에 희생양 신세가 됐다.

한인 출신으로 매릴린치 수석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봄 회사를 나와 독자적인 헤지펀드를 설립한 다우 김씨도 유탄을 맞았다. 매릴린치는 김씨의 퇴직 후에도 본사 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해 주고 김씨의 헤지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김씨를 고수익 투자를 위한 외곽 별동대로 활용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파동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김씨의 고위험 투자에서도 큰 손실을 입자 최근 매릴린치는 김씨의 사무실 임대를 취소하고 김씨에게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매릴린치의 고위험 투자를 장려했던 오닐 회장은 투자자나 주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반면 홍위병들만 칼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과거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 때나 이전의 채권 위기 때도 월스트리트는 관련 조직과 간부를 용도 폐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고수익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뛰어드는 게 월스트리트의 생리이다. 이번에도 월스트리트라는 괴물은 속죄 이벤트로 손실의 꼬리를 자르고 잔뜩 움크린 채 더 큰 먹잇감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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