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식 샘안양병원 암연구소장 인터뷰
캐럴이 울려 퍼지고 트리 불빛이 가득한 1996년 12월 25일 아침.
인도네시아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김포공항 활주로에 내려섰다. 인사와 포옹이 이어지는 공항 대합실에 유독 어두운 표정의 한 가족이 눈에 띄었다. 김태식 샘안양병원 보완의학 암연구소장 일행이다.
며칠 전 혈액암(백혈병) 진단을 받은 중학생 아들 유성이가 “아빠,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힘겹게 말을 건네자 김 소장은 대답 대신 이를 악문다.
‘네 병을 반드시 고칠 거야. 몇 년 후에도 크리스마스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아들아 힘내자.’ 뒷모습에서조차 슬픔이 느껴지는 그들은 대기 중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김 소장은 6개월 전인 오지 원주민 의료봉사에 여생을 바치겠다며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소아과병원을 정리할 정도로 단단히 마음먹었지만 봉사활동을 중도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 없이 다리에 멍이 들고, 열이 나면서 힘들어하는 아들의 증상이 의사인 김 소장의 눈에 심상치 않게 보였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받은 진단은 백혈병.
서둘러 한국으로 들어온 후 김 소장은 아들의 병간호에 매달리면서 틈만 나면 백혈병에 좋다는 약과 식품을 찾아다녔다.
의대에 다시 들어간 기분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다룬 책이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렇게 2년 반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아들은 결국 암과의 힘든 싸움에서 패하고 말았다.
“엄마,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저 죽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죽음이 겁나지 않아요. 아빠, 나중에 다시 만나요.” 이 말을 끝으로 유성이의 호흡수는 아주 조금씩 줄어들었다.
유성이는 약간의 눈물이 고인, 반쯤 감긴 눈으로 옆에서 자신의 손을 잡고 울고 있는 아빠를 무려 3시간 동안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아무 말 없이 생명의 끈을 놓아가고 있었다.
김 소장은 아들이 백혈병과 싸우다 하늘나라로 간 99년 5월 24일 새벽을 그렇게 기억해냈다.
김 소장은 자신을 훌쩍 뛰어넘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인데다 축구와 농구를 즐겼던 아들이었기에 어느 한 곳 아플 것이라 의심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니 의사이면서도 아들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쥐어뜯었다.
“유성이가 생소한 문화와 언어,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 고온다습한 기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병에 나쁜 영향을 주었겠죠.” 김 소장은 “라면과 청량음료를 즐기는 식습관도 암 발병에 촉진인자가 됐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식습관을 조절했더라면’이라는 후회가 남지만 이제는 그저 신의 뜻으로 돌릴 뿐이다.
아들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김 소장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사로서 본분을 다해야 했다. 그래서 12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의학을 보완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데 열중이다.
“현대의학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40%에 불과합니다. 수술과 항암요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나머지 60%의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이것이 제가 보완의학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김 소장은 12년간 1만5,000여 명의 암 환자를 보면서 기적 같은 약이나 식품이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전국을 누비며 암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도 만나봤지만 환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을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
김 소장은 본보를 통해 한가지 제안을 했다. “암 치료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라면 복용 전과 후 환자의 병원 검사기록을 보내주십시오. 인적, 물적 인프라를 동원해서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를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입증되면 많은 환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알리는 데도 일조하지요.”
김 소장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 암 치료 효과 건강식품을 찾습니다.
암 치료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제조ㆍ판매하고 있는 분은 복용 전과 후 효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진료기록을 샘안양병원 보완의학 암연구소(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5동 613의8, 031-467-9188)로 10월 29일까지 보내주십시오.
단, 진료기록은 최소한 10명 이상이 돼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검토 결과는 암프로젝트 지면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 90%대
“암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대부분 살릴 수 있다.” 암 전문의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살릴 수 있을까.
한국유방암학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유방암은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4기에 발견할 경우 5년간 생존할 확률이 27.1%로 4명 중 1명만이 살 수 있다.
반면 암 크기가 2㎝ 이하로 임파절 전이가 없는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7.6%로 3배 이상 높아진다.
이런 양상은 한국 전체 암환자 5명 중 1명꼴로 많이 발생하는 위암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병원이 1986년부터 2006년까지 이 병원에서 수술한 위암 환자 1만2,217명을 분석한 결과는 조기발견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조사를 시작한 86년에는 조기 위암 환자가 23.4%였던 것이 2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50.2%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위암 환자 전체의 5년 생존율도 66.3%로 20년 전에 비해 5% 가량 증가했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양한광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자각 증상이 없어도 건강검진을 통해 위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환자들이 많아져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2년에 한 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눈을 돌려보면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조기검진을 통해 암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1950년대부터 국가 사업으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실시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는 자궁경부암 사망률을 적게는 34%에서 많게는 80%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이주혁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은 “금연, 금주, 꾸준한 운동 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는 것이 암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 속설의 허와 실
▦ 스트레스가 암을 일으킨다
가능성이 있는 얘기입니다.
암을 억제하는 우리 몸의 면역계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때문에 스트레스가 단독으로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켜 직접 암을 발생시킨다거나 암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 면역기능, 암이 서로 상호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암과 스트레스는 부분적으로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치질, 변비가 대장암으로 발전한다
아닙니다.
치질은 나이를 먹거나 항문을 혹사해서 생기는 질환이고, 변비는 변이 너무 딱딱해 변을 보기가 어렵고,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은 상황을 말합니다.
치질이나 변비가 있으면 출혈, 통증 등이 생기지만 암으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치질이나 변비가 있으면서 직장암이 있을 수도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문의 국가암정보센터(1577-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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