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재단 엮음 / 이광렬 등 옮김 / 바다 발행ㆍ541쪽, 530쪽, 619쪽. 각권 2만2,000원
“퀴리 부인. 1903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영광스럽게도 부인과 돌아가신 남편이 함께 자발적 방사능이라는 중대한 발견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 바 있습니다. 올해 왕립과학원은 부인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마리 퀴리를 한껏 칭송한 스웨덴 왕립과학원 원장은 연설을 이렇게 끝맺는다. “자비롭게도 국왕 전하께서 직접 수상하기로 하셨습니다. 이제 국왕 전하로부터 노벨상을 받으십시오.” 이로써 그녀는 ‘라듐 및 폴로늄 발견, 라듐 분리, 라듐의 성질과 라듐 화합물 연구’로 대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106년을 이어 온 그 영광의 순간들이 물리학, 화학, 생리ㆍ의학 등 3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으로 시작, 나와서 상을 받으라는 말로 끝나는 시상 연설문을 한데 모으니 그 자체만으로 정통 과학사다.
1935년을 보자. 퀴리 부인의 딸인 이렌 퀴리가 남편 장 졸리오와 함께 화학상을 받았다. 유달리 긴 이 시상 연설은 고난도의 전문 용어가 자주 등장함에도 불구, 2대에 걸쳐 그것도 부부가 함께 노벨상을 탔다는 진귀한 기록 덕에 문외한들마저도 연설문 한 자 한 자에 집중하게 한다.
더구나 그들 부부가 과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반파시즘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남다른 감동을 준다.
유산균 광고에 나와 국내에도 낯설지 않은 베리 마샬. 2005년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균인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의 발견’으로 공동 수상의 영예를 따낸 호주 사람이다.
연설 중 “인간과 동일한 조건의 실험 동물을 찾지 못한 나머지 균이 포함된 박테리아 배양균을 직접 마시기로 결정, 심한 위염을 앓게 됐다”는 말은 영광에 도달하기까지의 뒤안길을 암시한다.
희대의 사기극, 황우석 사건은 따지고 보면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강인하게 자리 잡고 있는 노벨상 신드롬 탓이다. 이 책은 그 영광의 순간을 체험케 하면서, 엄정성ㆍ독창성ㆍ인류애 등 노벨상이 요구하는 바란 어떤 것인지 일깨워 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미래융합기술영구소 계산과학센터 이광렬 박사(책임 연구원) 등 7명의 전공자들이 각기 자신의 분야를 맡아 4년간 걸쳐 옮겼다. 과학도들이 정성들여 고도의 과학 지식이 인문학과 만났을 때 그려보일 수 있는 아름다움의 최대치가 담겨져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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