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4 남북정상선언이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에 효과를 끼칠 만큼의 파괴력 있는 내용은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범 여권에 일정 부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선판도를 바꿀 만큼은 안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전망의 이유로 우선 평화 프레임(구도)의 유효성이 줄어든 점이 거론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5일 "그 동안 수많은 남북간 합의가 있었고, 우리 국민은 합의와 실천의 문제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봐 왔다"며 "일종의 학습효과로 인해 합의문 만으로 분위기가 바뀌진 않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민 컨설팅 박성민 대표는 "10ㆍ4 선언에는 특별히 크게 이슈화 될 만한 게 안 보인다"며 "범 여권은 정상선언을 정치적으로 재생산해 낼 동력이 없어 보이고 한나라당은 크게 반대하고 문제제기 할 사안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즉, 평화 대 반평화라는 대립 구도가 생길 가능성이 적어 대선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범 여권의 최근 상황과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정상회담이 범 여권에 긍정 영향을 미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경선이 제대로 돌아가고 정상회담 과실을 따먹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 이슈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후보가 존재해야 한다"며 "그러나 두 조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전 교수도 "평화 무드가 강하게 조성 돼 범 여권에 유리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 분위기를 탈 수 있는 대선주자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시각도 비슷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상회담의 대선 영향력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별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도 "대선 영향력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기류를 전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범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정상회담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와 내용이 있기 때문에 범 여권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도 "지리멸렬하던 범 여권으로서는 어쨌든 뭔가 얘기할 거리가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11월에 총리, 국방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대화 무드가 이어지는 점은 범 여권에 불리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한귀영 실장은 "대선 한달 여 전까지도 남북간 대화가 지속된다는 점은 뭔가 여지가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상회담 이후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가능성이 있어 다른 측면에서 대선변수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정치적으로 살아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범 여권 차기 주자의 대선정국 주도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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