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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2년 역사… '현대'라는 이름으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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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2년 역사… '현대'라는 이름으로 "안녕~"

입력
2007.10.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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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경기 전만 해도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죠"라며 대범한 표정을 지었지만, 막상 경기가 끝나자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실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경기가 끝난 뒤 코칭스태프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던 김시진(49) 현대 감독은 조용히 덕아웃 옆 감독실로 들어갔다.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들이마신 김 감독은 이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눈에 연기가 들어갔나 봐요."

하지만 감추려 해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길이 없었다. 김 감독은 테이블 뒤편 자그마한 침상으로 가더니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네요."

현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대는 5일 홈구장인 수원서 벌어진 한화전을 끝으로 간판을 내렸다. 아직까지 현대를 인수할 기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더 이상 현대라는 이름이 프로야구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경기 전부터 운동장 분위기는 착잡하기만 했다. 선수들과 직원들은 "오늘의 시련이 내일의 행운이 될 것"이라며 서로 위로했다. 그렇지만 현대가 없어진다는, 더구나 인수 기업도 없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안타까움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12년 역사'의 현대 마지막 날 팬들도 함께 울었다. 현대 야구단의 '뿌리' 격인 삼미 시절부터 열렬한 팬이었다는 정의섭씨는 김시진 감독의 모자에 사인을 받은 뒤 눈물을 글썽였다. "현대가 사라진다면 앞으로는 야구 끊을 겁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문 오후 6시30분, 나광남 주심은 힘차게 "플레이 볼"을 외쳤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정직한 땀을 흘리며 현대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갈무리했다.

현대의 초대 사장을 지난 강명구 구단주대행, 초대 단장 출신으로 사장에 오른 김용휘 사장, 정재호 단장 등 임원들은 경기 내내 말없이 그라운드만 쳐다봤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들과 사진을 찍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장내 아나운서는 "9시20분 이후엔 운동장을 비워달고"고 요청했지만 팬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현대는 한화를 2-0으로 누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부산에서 롯데는 삼성에 6-4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 심정수는 94년 데뷔 후 첫 홈런왕(31개)에 올랐지만 양준혁은 2타수 1안타에 그쳐 5번째 타격왕 등극에 실패했다. 타율 1위 KIA 이현곤(0.338)과는 1리차. 양준혁은 그러나 도루 2개를 추가하며 역대 최고령(38세) 20-20클럽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원=김지곤기자 jgkim@

수원=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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