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회사들이 북한에서 소액신용대출사업(마이크로 크레딧)을 벌이고,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공동개발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금융회사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5일 10ㆍ4 공동선언이후 다양한 대북경협 구상을 밝혔다.
■ 소액신용대출사업
가장 눈길 끄는 제안은 북한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 마이크로 크레딧이란 자활능력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소액의 사업자금을 무보증으로 빌려 주고 경영지도까지 제공한 뒤, 사업성과에 따라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북한에서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벌이는 방안에 대해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 같은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통상 50~100달러 정도를 지원하는데 북한에 이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북측 주민들이 채소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가두판매대 제작비용을 남측 금융회사가 소액신용대출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현재 하나은행이 중국에서 실시중인 금융거래 교육프로그램을 북한에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크로 크레딧 방식이라해도 국내 금융회사의 대북진출이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걸림돌들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은행이 북한의 결제망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법적 제도적 문제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자원개발
이한호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은 “해주에 경제특구가 설립됨에 따라 인근의 흑연 및 석회석 광산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황해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이 개성과 해주의 길목에 있어 (해주 경제특구 건설을 위해) 전기 보급이나 수송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이며 해상 수송이 가능해지면 경제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사장은 특히 정촌에서 이미 생산중인 흑연이 이르면 이 달 중 국내에 첫 반입될 것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이 사장은“단천지역의 마그네사이트와 아연광이 경제성이 상당하다”며 “내년 초 3차 조사결과를 봐야 하지만 매장된 광물종이나 양, 채광조건, 인프라 등을 보았을 때 단천 개발에 집중할만하다”고 말했다. 단천지역은 이미 공사가 조사중인 곳으로 20일부터 3주간 15명으로 구성된 2차 조사단이 방북할 계획이다.
중국이 북한 광물자원을 선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북측이 지하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 외국에 쉽게 넘겨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0ㆍ4 공동선언에 의해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고 남측 기업들이 우대혜택을 받게 된다면, 북한내 부존자원에 대한 채굴우선권도 자연히 수반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선(先)인프라-후(後)투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겸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은 “3통문제(통행 통신 통관) 해결에 전향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매우 고무적”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철도화물이 가능케 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필요물자를 적절히 조달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해주특구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김 회장은 “(경협사업에 대해) 대기업, 금융회사들의 변화가 눈에 띄고 있어 해주 특구의 경우 개성공단처럼 중소기업 전용공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 비해 매우 실질적 협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기업투자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3통 보장과 전력, 용수 등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기존 사업을 포함한 신규 분야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회장은 “북한의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며 “민간차원에서 회담 성과가 구현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북한 내에 산업은행의 기능을 가진 기구가 있어야 된다고 북측 인사들에게 강조했다”며 미래 협력가능성을 모색했음을 밝혔다. 그는 또 “북한 내 상업은행 현황과 토지 평가 방법 등 법적 제도적 장치들에 대해서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원걸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이번 회담에서 전력공급에 대한 구체적 제의나 협의는 없었지만 해주 남포 안변 등 개발계획이 구체화하면 필수 인프라인 전력사업에 대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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