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黑)은 흑(黑)으로 통한다.’
‘흑진주’ 비제이 싱(44ㆍ피지)은 피부색 만큼이나 검은 골프채(아이언 헤드)를 사용한다.
제50회 코오롱ㆍ하나은행오픈 한국오픈골프선수권에 특별 초청 선수로 출전한 비제이 싱의 일거수 일투족에 골프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상금 랭킹 3위를 기록하는 등 최강자 반열에 오른 싱은 190㎝의 키에 몸무게가 90㎏에 달하는 거구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89㎝, 82㎏)보다 좋은 체격이다.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으로 20, 30대 선수들 못지않게 300야드 넘는 드라이버 샷을 자랑한다.
싱은 거구답게 신발 사이즈도 300mm에 육박하는 295mm다. 반면 손가락은 23cm 정도로 발 사이즈에 비해 적은 편이다. 신발과 장갑은 풋조이 제품을 사용한다.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X를 쓴다.
그렇다면 골프백에 들어있는 14개의 골프채는 어떤 제품일까. 2000년 11월부터 클리브랜드와 용품 계약이 된 싱은 클리브랜드 용품으로 중무장했다. 특이한 점은 아이언클럽 헤드가 자신의 피부색과 비슷한 검정색이다. 이른바 ‘블랙펄’ 헤드. 일반적인 크롬도금의 은색과 차별되는 대목이다.
아이언클럽은 CG1 모델이다. 특히 싱은 올해 클리브랜드가 투어 프로용으로 출시한 블랙펄 헤드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다. 블랙펄 디자인은 주로 웨지에 사용되는 것으로 검정색이어서 눈부심이 없다. 이 제품은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지만 특별 주문을 하면 구입할 수 있다.
이 아이언은 상급자용이어서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3번 아이언의 경우 헤드가 볼 크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렇지만 좌우 분산도는 일반 아이언에 비해 50%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확도가 좋다.
웨지는 54도와 60도를 사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피칭과 그 다음 웨지의 로프트 각도 차이가 무려 9도나 된다. 일반적으로 피칭 웨지는 49도 내외지만 싱은 45도짜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
보통 아마추어들은 10도 내외의 로프트 각도를 가진 드라이버를 사용하지만 싱은 460cc크기의 7도짜리를 쓴다. 로프트 각도가 낮으면 볼의 탄도도 그만큼 낮지만 싱의 드라이버샷 탄도는 높은 편이다. 이는 볼 스피드가 아마추어들에 비해 훨씬 빠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싱의 골프백에는 3번(13도)과 5번 우드(17도)도 있다.
퍼터는 벨리퍼터다. 퍼터 끝부분을 배꼽에 대고 하기 때문에 일명 ‘배꼽퍼터’라 불리는 이 제품은 퍼팅 스트로크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싱처럼 클럽을 구성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클리브랜드 측은 약 300만원이면 된다고 설명한다.
참고로 타이거 우즈는 드라이버는 나이키 SQ 투어(8.5도), 페어웨이 우드는 3번(15도)와 5번(19도), 아이언은 2번부터 피칭웨지까지 사용한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때처럼 2번 아이언 티샷을 할 경우에는 5번 우드는 백에서 뺀다. 웨지는 56도와 60도짜리 2개를 사용하고 퍼터는 1999년부터 스코티카메론 스튜디어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한편 싱은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7언더파 135타로 공동 2위인 김경태와 김상기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싱은 “남은 라운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첫날 단독 선두였던 양용은은 이날 4타를 잃어 중간합계 2언더파 140타로 공동 6위권으로 처졌다.
천안=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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