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의 금고’로 통하는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蓮)이 최근 급격한 정국 변화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민주당이 급부상함에 따라 자민당 일변도의 정치헌금 지원 행태에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 게이단렌측은 3일 열린 자민당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자민당과 민주당의 정책을 비교해 어느 쪽을 지원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싶다”며 그 같은 불안감을 간접 표현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했지만 한마디로 “자민당만 믿고 살 수 없으니 앞으로는 자민당과 민주당에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자민당측은 이에 “(참의원 선거 참패로) 자민당이 어려운 시기에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매우 불쾌해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자민당 총무회장은 “게이단렌과 자민당의 정책은 거의 일치하는데 양다리를 걸쳐도 좋은지 게이단렌이 생각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자민당의 반발은 당연하다. 전후 자민당의 일당 독재가 계속돼 온 상황에서 게이단렌은 ‘자유민주주의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자민당의 금고’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2005년 이후부터는 자민당 단독 지원을 결정하는 등 야당에 대한 형식적인 배려도 없앴다. 일본 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그 해 게이단렌은 자민당에 정치자금 25억엔을 헌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게이단렌 입장은 다르다. 정국 변화이후 게이단렌을 직접 겨냥하는 민주당의 칼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업계 비리와 관련 이례적으로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게이단렌 회장의 참고인 출석을 요구한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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