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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선언/ 특별수행원 3인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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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선언/ 특별수행원 3인 좌담

입력
2007.10.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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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5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이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전날 전문가 대담에서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보았다면 이날 좌담회에선 각 분야별로 이루어진 생생하고 구체적인 논의와 뒷얘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이영성 부국장

_우선 평양을 다녀온 소회부터 말씀해달라.

김정길 "남북의 산하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달라졌나 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평양은 대동강을 끼고 있는데 잘 개발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_2000년에도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문정인 교수께서 이번 회담과 7년 전을 비교하신다면.

문정인 "1차 정상회담은 감동 그 자체였지만 이번엔 차분하고 실무적이었다. 1차가 추상성ㆍ원론성ㆍ서설성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번 2차는 구체적이고 각론적이고 본론적이다. 내용 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

_1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어색한 장면들이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군기를 잡더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이철 "첫날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하고 딱딱했지만 둘째 날 많이 풀렸고 돌아오는 날에는 완벽하게 바뀌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부터 만면에 웃음을 띄고 얼마나 얘기를 많이 했는지 모른다. 남측 수행원들과 두 번씩 악수할 정도였다."

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첫날 분위기는 안 좋았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들고 나와 김 전 대통령이 상당히 불쾌해 했다. 실패 우려까지 나왔다. 이번에도 이런 게 반복된 것인데 노 대통령이 특유의 기질로 현명하게 극복했다. 노 대통령은 '짐 싸겠다'는 말씀까지 했다. 첫날 오후 만수대 의사당 면담에서 김영남 위원장이 1시간 동안 참관지, 3대 장애요인 등을 거론하며 계속 시비를 걸자 노 대통령이 참다 못해 '잘 들은 걸로 하겠다'고 말을 자른 뒤 나오면서 수행원들에게 '그만하고 이제 짐 싸고 내려갈 준비하자'고 일갈을 했다. 그 기세가 북측에 전달된 듯 하다. 그랬더니 다음 날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30분 먼저 나왔고 '하루 더 있다 가시라'고 한 것이다."

문 "언론이 송별 오찬에 누가 왔는지를 주목하지 않더라. 참석자 면면을 보면 김 위원장의 의지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1차 정상회담 때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등 상징적인 인사들이 많았다. 이번엔 김영일 총리, 로두철 부총리,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 리명수 대장을 비롯 6자회담을 설명하라며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도 나왔다. 장성택 당 중앙위원, 박남기 당 재정기획부장도 나왔다. 모두가 정상회담 합의를 실행할 핵심들이다. 상견례를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실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_북한이 2박3일간을 각본에 따라 운영한다는 느낌은 없었나.

김 "청와대도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어떤 형식으로 할 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하더라.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노 대통령은 경륜이나 연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좀 다르고, 그래서 첫 만남이 어색했던 것 같다. 김 위원장이 군기 잡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문 "생각이 좀 다르다. 순안비행장에서 맞이하는 것하고 평양의 심장부인 4ㆍ25 문화회관 앞에서 맞이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4월25일은 고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최초로 만들어 싸운 날이다.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_분야별로 살펴보자.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는데.

김 "다소 혼란이 있는 것 같다. 둘째 날 사회문화분과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도 북측이 모두발언을 통해 원론적인 얘기만 장황하게 늘어놓아 분위기가 딱딱했다. 그래서 한완상 단장이 제동을 걸었다. 나는 3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베이징 올림픽 단일팀 구성이고 둘째는 매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한민족 평화대체전을 개최하자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때 서울에서 육로를 통해 평양과 백두산을 거쳐가자고 했다. 이들 제안에 대해 북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_그런데 합의문에는 단일팀 구성 얘기는 없지 않았나.

김 "나도 당황했다. 합의문을 보니 단일팀 얘기는 없고 남북 공동응원단의 경의선 이용 얘기만 있었다. 그래서 송별 오찬 때 노 대통령에게 말했더니 노 대통령이 '합의문에 단일팀 얘기 들어있다'고 했다. 내가 김 위원장에게?똑 같이 질문했더니 김 위원장은 '어렵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래서 내가 '한두 가지 문제만 남았다. 위원장이 지시만 하면 바로 될 거다'라고 채근했다. 여기에다 노 대통령이 '우리가 (북측 선수를) 많이 넣어 드릴 테니 단일화하자'고 제의하자 김 위원장은 '스포츠인들끼리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해서 얘기가 중단됐다."

_그럼 앞으로 우리가 공식 제안할 계획인가.

김 "이 달 안에 실무회담을 제안할 것이다. 답이 오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혼선은 실무자들이 문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 같다. 북측 체육계 인사가 문안 작성자에게 아직 최종합의가 안됐다고 대답하니까 아예 이 부분을 빼버린 것이다."

_공동응원단의 경의선 이용은 의미 있지만, 경의선 개통과 개보수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이 "철도 연결의 정치ㆍ사회적 효과는 배제하더라도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효과다. 개성공단 투자도 확대될 것이고 관광객 유치는 물론 국가신뢰도 상승이 뒤따를 것이다. 남북을 관통하는 기차에 투자하는 비용은 이에 비하면 미미하다. 개성-평양간 선로 개량에 2,700억원 정도 든다. 문산-봉동 운행은 군사보장조치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화물열차 운행의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군사적 보장조치만 되면 최대한 빨리 시작할 생각이다."

_2,700억원을 투자한다면 어느 정도의 개량이 가능한가.

이 "시속 60~70㎞ 정도는 가능하다."

_경의선 개통은 7년 전에도 합의됐지만 지금까지 미뤄지지 않았나.

문 "11월 평양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보장조치가 합의되면 가능하다. 선(先)경제, 후(後)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_올림픽 단일팀 구성 외에 체육분야에서 협력할 사안은 있는지.

김 "스포츠 만큼 하나로 묶어주는 게 없지 않나. 앞서 말한 한민족 평화대체전은 남북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판문점을 통해 기차를 타고 가거나 육로를 이용하든 이 행사 자체가 남북을 하나로 묶어낼 것이다. 실무회담에서 이미 제안했고 북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_궁극적으로 대륙과 연결되는 철도운행은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나.

이 "예측이 어렵다. 북측의 선로 사정을 정확히 모르고 운영 방식도 북측과 협의해야 한다. 그간 비공식라인을 통해 남북한과 중국이 함께 운영하는 합영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철도 차량이나 장비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어 북측으로 들어가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에 본거지를 둔 합영회사를 만들어 남북한이 투자를 하면 이런 난제를 우회해 풀어갈 수 있다."

_사회문화분과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오갔을 것 같다.

문 "광화문 복원에 수입산 소나무 대신 백두산 홍송(紅松)을 수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백두산에서 벌목한 뒤 뗏목을 이용해 압록강과 서해, 한강을 거쳐 마포까지 이르도록 하는 이벤트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북측도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경협사업의 경우 국책 연구기관들이 타당성 조사를 한다. 그래서 이들 기관장들과 북측이 협의체를 만들면 남북 경협을 위한 지적 인프라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북측에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50, 60년대 남한 영화자료들이 대부분 보관돼 있다고 하더라. 이를 공유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_북측에선 어떤 제안들이 있었나.

문= "북측은 겨레말 큰 사전 사업에 큰 관심이 있었고, 고구려사를 포함한 민족사 재평가 작업에도 의욕을 보였다."

_하지만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는 게 먼저라는 시각도 많다. 다음 정부에서 이번 합의들이 사문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문 "핵심은 어디까지를 핵 문제 해결로 볼 것이냐다. 6자회담에서 1단계 봉인 폐쇄는 참가국들이 만족을 표시했고, 2단계 핵 불능화는 12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북측은 우라늄 문제에 있어서도 성실히 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핵탄두에 대한 투명성까지 보장된다면 북핵 문제의 안정적 관리는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다. 완전한 핵 폐기는 1, 2년에 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4, 5년 이상 걸린다. 투명성이 보장되고 관리가 가능하고 북측이 성실하게 나온다면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것이다. 극우파들은 북핵이 완전히 폐기된 뒤에야 교류협력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미국 부시 정부도 2단계가 이행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 않나. 다음 정부도 이번 합의를 수용할 것이다. 서해특구를 누가 반대하겠나.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봐야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번 합의가 최대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남북관계를 갈등과 대립으로 끌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공존을 기대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 좌담 참가자 프로필

▲ 김정길 대한체육회장(62) 부산대 정외과, 12~13대 국회의원, 초대 행자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56) 연세대 철학과, 메릴랜드 정치학박사,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 위원장

▲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59) 서울대 사회학과, 민청학련 사건 사형선고, 12~14대 국회의원, 국제철도연맹 아시아지역 의장

정리=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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