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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남북 정상회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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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남북 정상회담 풍경

입력
2007.10.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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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이 순안 공항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던 순간을 많은 국민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날 ‘서울도 평양도 울고 있네’ 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는데, 감정이 북 바쳐 여러 번 글을 멈추던 생각이 난다.

2007년 10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악수하는 남북 정상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이나 7년 전의 감격과 흥분은 없었다. 평양의 거리에서 붉은 꽃을 흔들며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인민들만이 7년 전, 아니 그 이전의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 기대와 환상을 깨트린 7년

지난 7년은 그만큼 우리를 가라앉게 했다.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 만난 남북 정상회담에 걸었던 성급한 기대와 환상이 7년의 풍파 속에 상당부분 깨지고 녹슬었기 때문이다. 선언보다는 실천이 중요하고, 실천에는 북한의 변화와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보다 그 ‘풍경’을 바라 보는 여유를 갖게 했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는 노 대통령 부부, 분계선을 넘기 전 권양숙 여사의 얼굴에 어린 어떤 감회, 마중 나온 김정일 위원장의 무표정한 얼굴, 기계적으로 열광하는 인민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달리는 노 대통령, 6만 명이 출연하는 <아리랑> 공연, ‘21세기의 태양은 누리를 밝힌다’는 카드섹션, 회담을 하루 더 연기하자는 김 위원장… 이런 장면들이 정상회담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장면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닫힌 체제와 열린 체제, 노쇠한 체제와 뻗어가는 체제의 대비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그 대비는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차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군사분계선을 굳이 걸어서 넘어가고자 했던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절대권력을 휘두른 독재자의 아들로 아버지의 권좌를 물려받은 조선인민공화국의 두 번째 독재자 김정일,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너무나 그들다웠다.

노 대통령은 4ㆍ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김 위원장을 향해서 몸을 흔드는 특유의 걸음걸이로 다가갔다. 김 위원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노 대통령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메라가 잡은 그의 뒷모습은 다리를 벌린 채 어깨를 늘어트린 구부정하고 오만한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몸을 흔드는 걸음걸이조차 활기차게 보였다.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몸살을 앓고 있는 그가 충성을 맹세하며 열광하는 인민들에 둘러싸인 김 위원장보다 훨씬 여유가 있고 자유롭게 보였다.

권양숙 여사가 군사분계선 앞에서 대통령인 남편 옆에 서 있을 때 나는 ‘공산주의자의 딸’로 그가 겪었을 성장기의 고통을 떠 올렸다. 같은 고통을 겪었던 ‘수많은 권양숙’이 그 장면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 장면은 우리 체제의 힘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권 여사를 맞이하는 북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산주의자의 딸’이 영부인이 되어 북한을 방문한 현실, 그런 일이 가능한 남한 체제를 어떻게 해석 했을까.

■ 무거운 짐 확인시킨 회담

그런 풍경들이 지나고 난 후 나는 남한의 친북 세력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풍경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에 감동하고 또 분노했을까. 남북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합의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번 회담은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남한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확인시켜 주었다. 멀고 험해도 가야 할 길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지켜온 우리 체제의 힘이 없다면 결코 갈수 없는 길이라는 또 하나의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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