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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K1에서 최홍만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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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K1에서 최홍만이 사는 법

입력
2007.10.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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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슈퍼 골리앗’ 최홍만(218㎝)의 찜찜한 승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최홍만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16강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프로복서 출신의 마이티 모와 맞섰으나 상대의 낭심을 가격하는 석연치 않은 공격 끝에 판정승을 거두었다. 최홍만은 경기 후 “소극적인 경기를 했지만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말한 반면 마이티 모는 “유효타도 많았고 훨씬 공격적인데도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거인병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판정시비가 터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비록 대회 주최사인 FEG가 2일 비디오 재심 결과 ‘판정에 문제가 없다’며 최홍만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진정한 승자는 패자가 인정해 주는 것이다.

마이티 모와의 리턴 매치를 보고 실망을 느낀 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최홍만이 일류 파이터로 거듭나는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속씨름을 제패한 천하장사 출신의 최홍만이 입식타격 이종격투기 K-1 무대에 진출할 당시에는 K-1 주최측과 최홍만의 상품성이 잘 맞아떨어졌다.

당시 K-1은 세대교체에 실패, 일본에서 인기가 하락세를 걸으면서 한국이라는 신흥시장이 필요했고, 쇼맨십과 큰 키를 갖춘 최홍만은 한국시장 진출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 제격이었다. 한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K-1측으로서는 쇼맨십이 강하고 엔터테이너적인 기질이 강한 최홍만이 K-1의 홍보대사로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그 동안 최홍만을 둘러싼 일부 석연치 않은 판정시비는 K-1이 최홍만이라는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으로 보인다. 데뷔 이후 초반 대진은 결코 질 수 없는 상대들로 짜여졌다.

지난해 새미 슐트를 연장 접전 끝에 이길 때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홍만이 그 동안 거둔 12승의 상대를 보면 대부분 한 물 간 상대이거나 사양길에 접어든 선수다. 아케보노, 탐 하워드 등. 특히 아케보노와는 3번이나 맞붙었다. K-1에서 파이터로 인정 받고 있는 래미 본야스키나 제롬 르 밴너에게는 패했다.

이번에 마이티 모와 맞선 최홍만의 경기 내용을 보면 앞으로 최홍만이 사각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상대방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막싸움’에서나 볼 수 있는 앞차기와 허공을 가르는 펀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세미 슐트, 레미 본야스키, 제롬 르 밴너 등 강자들을 어떻게 쓰러뜨릴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일단 K1은 최홍만이라는 상품을 통해 한국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홍만과 K-1 주최측과의 밀월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다. 일단 기술적으로는 최홍만의 진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데뷔 3년차인데도 입식 타격의 가장 중요한 기술인 킥 능력이 전혀 향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최홍만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우선 큰 키와 파워를 이용한 자기만의 기술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수십억원의 몸값을 받고 3년 재계약한 최홍만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흥행카드의 약효가 먹혀들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아케보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판정시비에 휩싸이거나 석연치 않은 경기를 계속할 경우 최홍만은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파이터로 거듭나기 위해 최홍만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때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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