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대해 일제히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 합의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투자여건을 개선한 것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원칙적이고 상투적인 문체에서 벗어난 재계 반응으로 미뤄 대북투자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1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기업들의 경협 보따리가 조금씩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기업들은 중장기와 단기로 나눠 시너지 효과를 낼 경협전략 수립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상회담을 수행하며 북한에서 '통 큰 투자'를 요청 받은 재계 인사들은 보다 구체적인 경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방북 전 정부 등 주변에서 '북한에 장밋빛 얘기를 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지만, 북한을 직접 살펴본 뒤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평화자동차와 서해갑문을 둘러본 뒤 "북한이 개발이 덜 됐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역발상만 잘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발언에 부응하듯 SK는 국내기업 중 가장 일찍 논평을 내 "모든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과 공동발전을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민간기업으로서 남과 북의 공동번영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도 "경협 확대와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일보 전진을 이뤘다"며 "금융부문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직접적 수혜가 가능한 건설업계 역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한건설업협회는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투입되고, 시행을 위해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가 구축돼야 하는 건설의 특성상 남북 간 건설분야 민간협력 창구가 구성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은 구체적인 경협사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합의에서 제도와 여건을 보완해 큰 진전을 이뤘다"며 "경협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는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장조치를 조속히 완비키로 합의한 것은 실질적 경협 확대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합의된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향후 실질적인 남북 경협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등 외부변수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해 구체적인 진행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재계의 한 인사는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받아 북과 교역하는 우리 기업은 경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그 동안 남북 교류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한 투자보장, 분쟁조정 등 4대 경협합의서의 실질적 이행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경협의 물꼬가 확대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협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하리라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시각의 연장선에서 장기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끼인 한국경제의 샌드위치를 타개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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