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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념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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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념식수

입력
2007.10.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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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 인기몰이로 요즘 탐방객이 부쩍 늘어난 경기 성남시 중부면 남한산성. 성곽 서쪽 능선 정상의 수어장대 한 켠에 이 일대 산지에서 보기 힘든 전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다.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아름드리 전나무들에 비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수형이 아름답다. 기념식수 표지석 뒷면에 적힌 날짜는 단기 4286년 9월 6일. 서기 1953년 9월 6일이다. 불과 한 달 열흘 전에 휴전협정이 체결됐으니 항청(抗淸)유적지를 찾은 노(老) 대통령의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 이 전 대통령은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 나무를 심었는데, 나중에 수난을 당한 것이 적지 않았다. 구례 화엄사는 올해 탐방로를 재정비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심은 전나무를 잘라버렸다. 옮겨 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신경이 안타깝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잣나무라도 잘 보전했으면 한다.

박 전 대통령도 재임기간에 많은 기념식수를 했는데,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한다는 일본의 금송을 많이 심었다고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아산 현충사와 퇴계를 기리는 안동 도산서원에도 이 나무를 심었다. 1,000원짜리 구권의 도산서원 도안에는 이 나무가 선명하다.

▦ 가장 수난이 심했던 전직 대통령 기념식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나무들이다. 퇴임 전 해인 1987년 광주시청을 방문해 심은 동백은 얼마 전 한 과격파 인사가 제초제를 주입하는 바람에 다 말라 죽어가다 시청측의 응급처치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해 전북도청에 심은 느티나무도 일부 전주시민들로부터 제거 요구를 받고 있다.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던 그는 서울 인근 한 골프장에서 부인 이순자씨 홀인원 기념으로 수백만원대의 나무를 심었다고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2차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어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중앙식물원에 소나무 한 그루를 함께 심었다. 남한에서 가져간 3.5m 가량의 아담한 소나무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한국특산 정원수 구상나무, 마을 당산나무로서 화합을 상징해온 느티나무 등 여러 수종이 추천됐지만 민족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요즘 심어도 활착이 쉬운 소나무를 골랐다.

백두산 한라산 흙에 천지와 백록담의 물을 함께 부어 심었으니 7,000만 겨레의 통일 염원이 담긴 기념식수로 손색이 없다. 이 소나무도 통일 염원도 정성스럽게 가꿔 나가자.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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