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해외 자산 규모는 지난해말 현재 344억달러. 1년 새 25%가 증가했지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5%에 불과하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미국 씨티은행(51%) 영국 HSBC(56%) 스위스 UBS(91%)와 비견하기 힘들다.
한국은행은 4일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향후 10~20년 내에 해외 자산 비중을 30~4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씨티은행 방식보다는 HSBC 방식을 택하라"고 제언한다.
해외 정착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씨티은행 방식보다, 현지은행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소수의 '글로벌 플레이어'를 양성하는 HSBC 방식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M&A를 통한 단기 성장 전략은 높은 위험이 뒤따른다. 한국은행은 여건 성숙도에 따라 진출 지역이나 형태, 주력 업무 등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우선 진출 지역으로 중국, 인도, 베트남, 카자흐스탄을 꼽았다. 중국은 현지인 대상 영업 전망이 매우 밝고 인도나 베트남은 여신 증가율이 높으며, 카자흐스탄은 금융개혁 추진으로 현지 금융 수요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유다.
주력 업무도 국가별 차등화가 필요하다. 중국은 부동산 투자 확대,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 등에 따라 주택금융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주택할부금융과 모기지론이 유망하다.
또 중국과 인도는 고액자산가 증가로 프라이빗뱅킹(PB)이 급성장세다. 베트남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요 증가와 연계해 할부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카자흐스탄은 자원ㆍ사회간접자본(SOC)ㆍ부동산 개발 등에 따른 금융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투자은행(IB) 부문이 유망하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홍콩ㆍ런던(PB 및 IB), 미국(중소기업 및 부동산금융), 일본(소매금융) 등 주력 업무를 차등화해야 한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해외 M&A를 촉진하기 위해 자회사 출자한도(자기자본의 30%) 요건을 완화하고, 해외 점포의 설치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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