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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쿠바밴드 '로스 반반' 리더 "한국 아티스트와 작업 해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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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쿠바밴드 '로스 반반' 리더 "한국 아티스트와 작업 해보고파"

입력
2007.10.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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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풍경을 오려낸 스크랩북처럼 정겨운 분위기를 거리 곳곳에 담아놓은 쿠바 아바나는 자본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한 번쯤 찾고 싶은 동경의 땅이다. 이 머나먼 이국을 가끔 그리는 이유는 혁명과 시가의 향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쩐지 우리의 심장 리듬과 닮아있는 그들의 음악에 끌려서라는 게 보다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69년 결성돼 올해로 데뷔 38년째를 맞은 로스 반반(Los Van Van)은 우리에게 쿠바음악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보다 현지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현역 최고의 쿠바 밴드이다.

보컬만 4명, 각종 전자 악기와 쿠바 전통 타악기 연주자를 비롯해 모두 18명에 달하는 멤버가 구성원이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멤버로 밴드를 대물림해 온 ‘쿠바의 비틀스’ 로스 반반. 이들을 대표하는 밴드의 음악 감독인 사무엘 포르멜을 4일 이메일로 만났다.

로스 반반은 5일부터 경기 이천시에서 열리는 <원 월드 뮤직 페스티벌> 에 참여할 예정이며 이번 방한은 작년 내한공연에 이어 두 번째이다.

“우리는 연주할 때 관객들에게 단순한 음악이 아닌 쿠바 사람들의 마음과 문화 그리고 사랑을 전달하고자 늘 노력합니다.” 밴드를 처음 결성한 후안 포르멜의 아들이며 현재 사실상의 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사무엘 포르멜은 로스 반반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에 대해 많은 멤버가 거의 40여 년 동안 함께 음악을 만들어 온 밴드의 결속력을 꼽는다. “어찌 들으면 살사와 비슷하지만 카리브해의 유산인 쿠바 리듬과 팝의 영향으로 완성된 순수 쿠바 음악이 로스 반반이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6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멤버들이 서로 의견을 존중하며 각각의 감각과 전통의 깊이를 접목하는 작업을 즐겁게 이끌고 있습니다.”

로스 반반은 쿠바의 전통음악에 재즈, 일렉트로닉 등 현대적인 음악장르를 믹스한 쿠반 재즈의 효시이다. 그래서 이들은 구이로(Guiroㆍ빨래판과 같은 외형의 긁는 악기) 등 쿠바 전통 타악기를 비롯해 다양한 쿠바 퍼커션(드럼의 총칭) 악기는 물론 각종 현대적인 전자 악기를 함께 연주한다. “로스 반반의 멤버들은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시도를 겁내지 않고 새로운 창작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즐깁니다. 우리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 때를 일컬어 ‘마법의 시간’이라 부를 정도지요. 다른 장르를 접목하는 것을 겁내지 않습니다.”

구미의 팝 음악에 익숙해 남미음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한국의 팬들이 내한공연 때 보여준 뜻밖의 호응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시아권 사람들은 남미음악 리듬의 풍부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작년 한국 공연 때 이를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로스 반반의 음악을 들은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반응해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의 아티스트들과의 작업도 시도하고 싶습니다.”

쿠바인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포르멜은 “쿠바인은 음악을 듣고 또 연주하면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음악으로 자기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죠. 음악은 긍정적인 삶을 위한 필수요소가 아닐까요”라고 정의한다. 단지 생활의 BGM(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린 대중음악으로 만족하는 국내 가요 팬들에겐 부럽기만 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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