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반도에서 당사국들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종전선언은 현재의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실현될 경우 한반도 안보구조 및 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두 정상이 이날 서명한 2007 남북정상선언은 4항에서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는 6자회담 9ㆍ19 공동성명과 2ㆍ13합의 등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실현의지를 두 정상이 직접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핵 문제 해결,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 군사 대치 해소 등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종전선언은 그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종전선언은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의 종결적 형태가 아니라 평화체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남북은 ‘군사공동위원회’ 등을 가동,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 등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현재의 정전체제를 법적ㆍ제도적 종전체제로 만드는 과정인 만큼 미국 중국 등 정전협정 당사국이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려는 주변국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미국의 태도가 중요한데,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월 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하면서도 이를 위한 김 위원장의 북핵 폐기 노력을 몇 번 씩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종전선언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단 북한의 연내 핵시설 불능화 이행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핵무기 신고 및 폐기 문제 등 다음 단계의 난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당장의 현실성 보다는 선언적 의미가 큰 항목인 셈이다.
한편 이날 정상선언에는 종전선언을 관련국 3자 또는 4자가 논의한다고 했다. 4자는 ‘남ㆍ북ㆍ미ㆍ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3자가 ‘남ㆍ북ㆍ미’를 뜻하는지, ‘북ㆍ미ㆍ중’을 뜻하는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북측은 그 동안 남한은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 두 정상이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상대국을 제외했을 리 없고,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를 한반도에서 한다고 명시하는 등 남북이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3자는 남ㆍ북ㆍ미를 의미한다는 견해가 더 많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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