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진융(金庸ㆍ83)이 대표작들의 미비점을 보완 수정해 11월 중국에서 개정판을 발간할 예정이어서 무협 팬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진융의 무협 소설들은 중국 중ㆍ고교 어문교과서에 문호 루쉰(魯迅)의 <아큐정전(阿q正傳)> 을 대신해 실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올들어 한차례 화제를 모았었다. 아큐정전(阿q正傳)>
1950년대부터 70년대 초에 걸쳐 모두 15편의 무협지를 저술한 진융은 그간 여러 차례 작품들을 손본 다음 수정판을 발행해 왔다.
이번에 개정해 중국 대륙에서 발간하는 것은 진융 무협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신조협려(神雕俠侶)> 와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 <벽혈검(碧血劍)>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 등이다. 특히 중국에서 1억부, 대만에서 1,000만부가 팔리고 한국에서도 족히 수백만부는 나간 것으로 알려진 <신조협려> 의 개정판을 집필하면서 진융은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협려>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 벽혈검(碧血劍)>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 신조협려(神雕俠侶)>
무협지로선 드물게 사랑, 특히 스승과 제자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 <신조협려> 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무공대결에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추가, ‘정서(情書)’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팬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았다. 신조협려>
진융은 구판에서 남녀 주인공 양과(楊過)와 소용녀(小龍女)가 끝내 이루지 못한 ‘살을 맞대는’ 장면을 신판에 삽입함으로써 ‘색계(色戒)’를 파계, 독자들의 오랜 염원을 실현시켰다.
수정판에선 양과가 꿈 속에서 옥녀심경의 새로운 절초를 연마하던 중 소용녀를 포옹하고 그의 요염한 젖은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맞춤으로써 연을 맺는 모습이 추가됐다. 지고지순한 인물로 묘사된 곽양(郭襄)이 양과에 대한 연모의 정을 품도록 설정해 소용녀와의 사이에서 삼각관계도 펼쳐진다.
우리나라에는 86년 <영웅문> 1부로 소개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사조영웅전> 은 황약사(黃藥師)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제자 매초풍(梅超風)을 사랑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약간 바꿨다. 여기에 여주인공 황용(黃蓉)이 상대역인 곽정(郭靖)에 비해 나이가 많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바로 잡았다. 사조영웅전> 영웅문>
<벽혈검> 에선 아구(阿九)에 대한 원승지(遠承志)의 정념을 한층 뚜렷하게 만들어 그가 아구의 침궁으로 잘못 들어가 사랑을 이룬다는 식으로 개판했다. 벽혈검>
데뷔작인 <서검은구록> 도 대미에 진가락(陳家洛)이 향향공주(香香公主)의 주검 앞에서 비통함을 금치 못하며 자책하는데 더해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저승에서 실현하는 내용을 삽입했다. 서검은구록>
진융의 수정판 발간을 앞두고 중국 네티즌 사이에는 논란이 분분한데 기존 스토리의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네티즌과 팬들은 진융의 원작에 구성상 허점이나 논리의 비약 등 결점이 없지 않지만 그것 역시 진융 무협지의 매력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게 좋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네티즌은 진융이 고심해서 개정판을 낼 정도로 열성이 있으면 신작을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충고까지 하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a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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