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교수 정년 보장(테뉴어) 심사에서 신청자의 43%가 무더기로 탈락한 데 이어 서울대 2학기 교수 승진 심사에서도 탈락률이 사상 최고인 37.4%를 기록했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서도 승진 심사 탈락률이 예년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이 경쟁 중심 체제로 가는 신호다. 대과만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던 교수사회에는 충격이겠으나 사회 발전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흐름이다.
문제는 변화의 정도가 아직 미약한 점이다. 며칠 전 호주 출신의 서울대 교수가 학교에 제출한 '서울대가 외국인 교수를 유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보고서를 보면 한국 대학의 옹졸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외국인에게 주민등록등본을 내라고 한다든지, 연구비 지원에 대한 응답을 한국어 문서로 보내준다든지, 취업비자를 1년 단기로밖에 내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등등은 비단 서울대뿐 아니라 한국 대학과 관청의 문화가 얼마나 촌스럽고 세계화와는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게 한다.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외국인 교수 비율은 포스텍과 KAIST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비율이라고 얘기할 것도 없을 만큼 창피한 수준이다.
국문과를 비롯한 국학계열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우리 것을 알리려면 영어로 소통하고 영문으로 글을 써야 하는 시대다. 그런 분야마저 한국인 교수가 엉성한 영어로 강의를 하는 실정이니 안쓰럽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학교별로 백화점식 학부 운영을 하기보다는 강점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특화하려는 노력이나 학교 간 통폐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 같은 문제는 거의 움직임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법인화를 통해 국립대의 체질을 강화하고 자율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아직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국가 발전의 견인차가 되기는커녕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학들의 대오각성과 뼈를 깎는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ㆍ사회의 지원은 그런 전제가 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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