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막대한 경협자금 조달 방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북 관계의 개선 속도, 경협 범위 등에 따라 소요 자금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산업은행이 정부 용역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총 6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재정만으로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을 뿐더러, 더 이상 정부가 남북 경협자금을 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단순한 '퍼주기'가 아닌, 생산적 투자로 이어져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방안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회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은 동북아 저개발 지역 인프라 구축 등 개발 수요를 충족시킬 기구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이 지분을 참여해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지역의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
문제는 주변국들의 동참 여부다. 일본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개발은행이 설립되면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동북3성, 몽골 등의 지역까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상위 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주주인 미국이나 일본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봐야 우리 돈으로 다른 나라들만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은행이 2004년 일본, 중국의 은행들과 공동 설립한 동북아개발금융협의체(NADFC)에서도 일본 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500조원에 달하는 국내 시중 부동자금을 활용하는 등 민간자금을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중 부동자금 중 4~5%만 확보해도 200억달러 가량 조달이 가능하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훈 건국대 교수도 '북한 개발과 남북 협력을 위한 재원조달' 보고서에서 "민간의 대기성 투기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개발자금을 충당하고, 정부가 투자 리스크를 줄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원조달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대규모 재원조달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경제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북한이 급속한 개방을 선택하지 않는 한, 실제 경협 투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일동 위원은 "예를 들어 북한에 고속도로를 만들어 준다고 해도, 차나 기름, 주유소 등이 있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투자 타당성을 조사해 보면 실제 금액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북측이 국제기구 가입 등을 통해 금융이나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어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통일비용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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