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면담 여부와 관련,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No such meeting is planned)”고 부인함으로써 이 후보의 백악관 행은 사실상 무산됐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공식 입장표명을 통해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간 면담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면담 계획에 대해서는 이 같이 부인했다.
존드로 대변인은 그 이유에 대해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대선 정국에 말려드는 데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존드로 대변인은 다만 “한미관계는 강력하며 현재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재의 한국 대통령은 물론 후임 대통령과도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어떤 정치인이든 대선 후보인 상태에서는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주한 미 대사관 등의 태도에서도 감지됐다. 면담 추진 과정에서 소외된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등 외교 라인은 이번 면담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백악관에 집중적으로 개진, 상황이 이미 꼬여 버렸다.
실제로 주한 미 대사관측은 사전에 면담 추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 면담을 주선했다고 주장한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강영우 정책위원의 기습적인 발표를 접하게 되자 한나라당 이 후보측에 “알아보니 확정되지도 않은 것을 왜 서둘러 흘렸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위원은 면담 계획을 부인한 백악관의 입장 표명이 있기 직전까지도 “면담은 약속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인 출신 미 시민권자인 강 위원은 “백악관이 구체적인 면담 날짜와 시간을 정한 뒤 나를 통해 이 후보측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며 “면담에 관련된 세부사항은 이틀 전까지도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 외교 라인의 반발을 전해들은 강 위원은 면담 불발을 우려, 공직 생활 과정에서 친분을 쌓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면담이 예정대로 이뤄지게 해줄 것”을 간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강 위원이 면담과 관련된 사전 정지작업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면담 추진 과정을 밝힌 것은 ‘자신이 관여해 성사시킨 일’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강 위원이 백악관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서한 자체가 면담계획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었는데 이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 위원과 이 후보측의 미숙한 일 처리가 국가적 망신을 불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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