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라면 학생들과 함께 TV를 시청할 것을 권유한다. 논술 과제로 삼기 좋은 윤리적 문제들이 한가득 나오니 말이다.
대부업체 광고 논란에 이어 학력 위조에 대해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했던 최수종은 여전히 KBS <대조영> 의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고, 최근 자신이 경영에 참여한 술집의 불법 운영으로 물의를 빚은 정준하 역시 MBC <무한도전> 에 계속 출연하고 있다. 무한도전> 대조영>
특히 정준하는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술집 경영에 참여하면서 받은 돈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니, 실정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할 상황임에도 TV 출연을 강행 중이다. 공중파 방송사들은 이제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빚는다 해도 출연 제재를 내리기 어려워졌다.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 연예인도 TV에 나오는데 도덕적인 논란을 빚었다고 출연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실정법 위반을 기준으로 한다 해도 혐의가 있는 연예인 모두의 출연을 막아야 할지, 아니면 범죄사실이 확인돼 기소된 연예인만 막아야 할지 아리송하다.
이쯤 되면 흥미로운 윤리학 논제가 되지 않겠는가. 물론 연예인의 출연 제재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 선까지 출연 제재를 가해야 할지도 문제고, 법이 아닌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경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생업 종사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제기도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니 연예인을 그저 자유직 종사자로만 보고 그저 대중의 반응에 따라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게 더 명확한 기준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준하가 지금 <무한도전> 에 계속 출연할 수 있는 것도 이 프로그램이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 때문 아닌가. 그러나, 공중파 방송사가 ‘시청률이 법’이라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공중파 스스로 공영성을 포기해야 한다. 무한도전>
필요할 때는 공영성을 내세우면서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방송사가 과연 9시 뉴스 시간에 사회의 도덕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럴 바엔 차라리 공중파 TV는 앞으로 시청률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겠다고 선언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정준하를 비롯한 최근 물의 연예인들의 출연 강행은, 공중파 TV가 방송의 도덕성을 포기한지 오래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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