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같지는 않았다. 감격적 포옹도, 반가움이 넘치는 웃음도, 파격적인 동승도 없었다. 그러나 파국으로까지 치달았던 수많은 위기를 넘어 남북 정상이 다시 손을 굳게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깊다.
만남 자체로 반세기 이상의 분단 역사에 큰 사건이었던 7년 전과 달리 지금은 들뜨고 격정적이기보다는 냉철하게 남북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와 공영의 길을 찾아 나아갈 때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차분한 첫 만남은 오히려 당연했다고 본다.
노 대통령 일행을 맞이하는 북측의 격식이 소홀한 것 같지도 않다. 당초에는 김 위원장의 공식 환영식 참석이 불확실했으나 김 위원장은 행사장에 미리 나와 기다리는 등 예의를 갖췄다.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한 외국 정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장쩌민ㆍ후진타오 전ㆍ현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북한의 헌법 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노 대통령과 동승해 무개차 퍼레이드를 벌인 것도 최고 의전에 속한다. 지금까지 북한을 방문한 외국 정상의 무개차 퍼레이드는 장 전 중국 국가주석이 유일했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무엇보다도 남측 대통령을 태운 무개차가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양거리를 20분간이나 주행했다는 것은 폐쇄와 은둔의 나라 북한이 대외기피증에서 벗어나 개방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측이 이번에 노 대통령 일행의 육로 방북을 허용하고, 비록 북측의 기기를 임대해 준 것이지만 남측 수행원들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등과도 맥을 같이하는 일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남한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면서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북의 정상은 차분하면서도 허심탄회한 자세로 7,000만 겨레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이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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