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 평양 4ㆍ25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할 때 함께 나온 21명의 북측 인사들은 당ㆍ군ㆍ정의 최고 실세들이다. 2000년 정상회담 때 평양 순안공항에 나온 13명 보다 많은 숫자다.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최측근의 자리를 지켰지만 새로운 인물도 여럿 눈에 띄었다.
붉은 카펫을 따라 일렬로 도열한 맨 우측에는 김영일 내각 총리가 서 있었다.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남포항 개발사업에 성공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4월 총리로 기용됐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상대역으로 꼽힌다.
그 옆에 선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직속 라인에 있는 실세다. 2000년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 외에도 김정각 인민무력부 부부장, 리명수 국방위 대장 등 군부 핵심인사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회담에서 군사 분야에 대한 북측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와병설이 나돌고 있는 북한 내 서열 3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2000년과 달리 보이지 않았다.
강석주 외무성 1부상은 대미ㆍ북핵 외교를 총괄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은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에 김만복 국정원장과 함께 서명한 대남사업의 총책임자이다.
김기남 당 비서는 2005년 대표단을 이끌고 내려와 분단 이후 최초로 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환영식에 참석한 박순희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장은 권양숙 여사의 상대역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차에서 내린 노 대통령에게 제일 먼저 말을 건네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안내한 전희정 국방위 외사국장은 2000년에도 비행기 트랩에 올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내에서 영접한 의전 베테랑이다. 최태복 노동당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반면 2000년 이후 사망한 김용순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군사분계선(MDL)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한 최룡해 황북 당 책임비서는 고 김일성 주석의 절친한 빨치산 동료인 최현(1982년 사망)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함께 나온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자수성가한 대남 분야 실세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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