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서방파와 친 러시아파간의 대결 구도로 지난달 30일 치러진 우크라이나 조기 총선에서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과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가 주도하는 친 서방파가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렇지만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기타 정당과의 세력 규합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일 AP 등에 따르면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유시첸코 대통령이 이끄는 우리 우크라이나당이 13.4%, 티모셴코 전 총리가 이끄는 티모셴코 블록당이 3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막판에 연대를 발표한 이들 양대 정당의 특표율을 합치면 45%여서 야누코비치 총리가 이끄는 지역당의 득표율 35.5%를 넘지만 변수가 많다.
이번 총선은 유시첸코 대통령이 올해 4월 자신의 정적인 야누코비치 총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함에 따라 실시됐다.
재야 세력과 민중이 주도한 이른바 오렌지 혁명을 통해 2005년 집권한 유시첸코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친 서방 노선을 걸어왔다.
그렇지만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총리직에 취임한 야누코비치 총리가 나토 가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주장하는 등 방해에 나서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어 왔다. 우크라이나에는 친 러시아 성향의 인구가 과반수를 넘고 있어 국민투표가 치러지면 나토 가입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출구조사직후 유시첸코 대통령과 연대 의사를 밝힌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04년 오렌지 혁명 당시에 야당 지도자이던 유시첸코 대통령과 연합해 집권에 성공해 총리에 취임했으나 갈등을 빚다가 해임됐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패션잡지 엘르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을 정도로 미모를 갖고 있다. 두 지도자는 지난해 총선에서도 연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전력이 있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누코비치 총리가 20% 가량을 득표한 군소 정당과의 연정에 성공할 경우 국정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총선 직후인 1일 군소 정당과의 연합에 나설 것이며,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전 총리가 부정 선거를 획책했다면서 선거 불복 투쟁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향후 정국은 이들 지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합종연횡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식 선거 결과는 15일 발표된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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