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돕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다고 선뜻 나서기도 그렇고….”
추석 연휴를 즈음 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고 온 인사들은 박 전 대표의 최근 고민을 이렇게 전했다.
박 전 대표와 그 주변의 기류가 뚜렷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을 게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적극 돕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30일 “이 후보 측이 명예 선대위원장직을 제의할 경우 받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親朴) 의원들이 수용할 것을 건의하고 있고, 박 전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지지자 모임에 참석, 축사를 한 것을 두고 한 언론이 “박 전 대표 측의 정치 세력화 움직임”이라고 보도하자 상당히 불쾌해 했다고 한다. “깨끗이 승복했고 이제 정권 교체를 돕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당직을 맡은 친박 의원들이 전화를 하면 “열심히 하라”며 이 후보를 적극 도와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아직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사실 박 전 대표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박 전 대표가 팔 걷고 나서기엔 이 후보 측의 화합 조치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탕평 인사도 미적지근했고, 시ㆍ도당위원장 인선도 개운치 않았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다 잊고 열심히 하자’는 말을 할 만한 분위기를 이 후보 측이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며 “명분만 주면 술술 풀릴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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