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정면 승부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고부가가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 국내 철강업계가 기존 ‘외형 확장’에서 ‘기술 개발’로 전략으로 선회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나섰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빅3’는 최근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경쟁적으로 고부가가치 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뛰어들었다.
동국제강과 포스텍(구 포항공대)이 지난 달 철강관련 연구소 건설에 나섰고, 현대제철은 이미 연구소를 설립해 가동중이다. 이로써 철강 빅3 업체 모두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 포스텍 철강대학원은 388억원을 투자해 전용연구동 건립에 들어갔다. 이 연구동은 12개의 전문 실험실을 갖춰 철강기술 전략과 연계한 미래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철강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포스코-포스텍 철강혁신프로그램’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포스텍 연구소 건립으로 자동차강재연구센터 등 여러 연구센터를 포함해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POSRI(포스코경영연구소),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등 산학연을 아우르는 철강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동국제강도 R&D 투자에 본격 나섰다. 이 달 19일 포항시청에서 포항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동국제강 포항제강소가 위치한 포항 대송면에 5만3,600㎡ 부지에 건축 면적 7,460㎡ 규모의 중앙기술연구소를 건립해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2009년 상반기까지 450억원을 투입해 석ㆍ박사급 연구인력 150여명이 상주하는 최첨단 연구소를 확보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회사의 중장기 기술 전략 개발과 TMCP강이나 고강도 제품 등과 같은 차세대 전략 등을 담당하게 된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역시 당진에 철강연구소를 열고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연구소’라는 이름을 내건 이 연구소에는 현대제철 인력과 함께 현대하이스코, 현대차, 기아차 등 범 현대차 그룹의 철강재 관련 기술인력들이 한데 모였다. 현대차 그룹은 철강분야 연구인력을 최대 400명으로 구성해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이 그 동안 생산 설비 확장 및 인수ㆍ합병에 주력하는 ‘외형 키우기’ 전략에서 ‘연구 개발’로 내실을 다지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은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철강재 생산국인자 소비국인 중국은 매년 20% 가까운 성장을 거듭하며 아시아 등 세계 저가 철강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공세 외에도 수요 업체들이 갈수록 까다로워져 더 가볍고 강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철강 제품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도 고품질의 철강 생산에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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