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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재일동포와 공생, 변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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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재일동포와 공생, 변하는 일본?

입력
2007.10.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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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사회에 모처럼 낭보가 전해졌다. 유일한 동포 대학인 조선대학교의 법학과 출신 청년 2명이 일본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이다.

일본에서 동포들이 사법고시를 통과해 법조계에 진출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2년전 작고한 김경득(金敬得) 변호사가 1977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법연수생의 권리를 쟁취한 후 많은 동포 법조인이 탄생했다.

■ 동포사회 낭보의 의미

조선대 졸업생의 사법고시 합격은 동포들에게는 김경득의 변호사 진출에 이은 30년만의 경사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동포 3세인 김민관(金敏寬ㆍ26)과 배명옥(裵明玉ㆍ26ㆍ여)씨. 이들은 조선대 졸업장만으로 일본판 로스쿨인 법과대학원에 진학했고,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폐쇄적인 일본사회에서 또다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과 조총련의 지원을 받아 54년 창립한 조선대는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그동안 동포 인재들을 대거 배출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각종학교라는 한계도 갖고 있었다. 조선대 졸업생이 일본의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검정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사법시험의 경우도 정규대학의 일반교양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1차시험을 면제받지 못한다는 규정때문에 별도의 일본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이중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김씨 등의 합격 배경에는 일본사회의 변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98년 교토(京都)대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조선대 졸업생의 대학원 입학을 허용한 후부터 많은 대학들이 조선대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다. 일본 문부과학성도 2003년부터 대학 개별 심사에 의한 입학을 인정하는 등 조선대 졸업생의 법과대학원 입학의 길을 터주었다.

대학교육에서뿐만이 아니다. 신세대 동포들이 정체성 찾기에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사회 곳곳에서 재일동포의 실체를 인정하려는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8월 31일 오사카(大阪) 지방법원은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 발언과 관련한 소송에서 획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일본인의 차별발언을 인정, 동포에게 사죄하고 위로금 30만엔을 지불하는 화해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차별발언과 관련한 소송이 드물었을 뿐 아니라, 법원이 동포측의 손을 들어준 일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판결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일본의 대형 주택판매 회사인 세키스이(積水)하우스에서 근무하는 서문평(徐文平ㆍ46)씨가 2005년 2월 명함에 한국식 이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모욕을 당하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소송을 권유하고, 지원한 것은 일본 회사였다는 점이다. 세키스이하우스는 혼자서 고민하는 서씨에게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격려하며 “고용관리와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소송을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회사측은 우익세력의 협박과 중상모략에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소송을 지원하는 뚝심을 보였다.

■ 공생은 일본의 국익이자 자산

3월에는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주택 임대를 거부한 일본인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사죄와 위로금지급을 명령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인 집주인이 임대과정에서의 국적차별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다.

어두운 역사의 희생자인 재일동포에 대해 일본이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사회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알아주고, 평가해주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도 재일동포와의 공생이 국익이며, 자산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적극적으로 재일동포를 껴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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