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복사판으로 전락했다. 투표율이 저조해 승부가 조직 대결로 좌우되고, 당내 대세론을 형성했던 조순형 의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급기야 조 의원은 30일 경선 일정 보이콧에 나섰다.
조 의원은 이날 강원과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 및 개표 발표 현장에 불참하는 대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낮은 투표율(전북 7.8%ㆍ인천 9.1%) 속에 진행됐다”며 “조직 동원과 타락 선거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합동연설회와 TV토론 등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 측 장전형 대변인은 “29일 전북 경선에서 장성원 전북도당위원장 등 3,000여명의 조 의원 후원 당원이 선거인단 명부에서 누락됐고, 서울 지역에서도 조 의원의 지역구 당원 등 모두 1,500명이 빠졌다”며 박상천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특히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와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도 “민주당과 신당의 통합 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말랑말랑한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 외부 정치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 물증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동교동계 인사들이 ‘반(反) DJ’행보를 보여 온 조 의원 대신, 이인제 의원을 지원한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29일 전북 경선에선 이 의원이 유표득표 9,146표 중 5,236표(57.2%)를 획득, 2,023표(22.1%)를 얻는 데 그친 조 의원을 3,213표 차로 제쳤다. 김민석 전 의원은 1,094표(12%)로 3위, 장상 전 대표는 582표(6.4%), 신국환 의원은 211표(2.3%)였다. 지난달 29일 인천 경선을 포함한 누적 집계에서도 이 의원은 5,971표로 조 의원(2,531표)을 배 이상 앞서나갔다.
조 의원의 일단 당 지도부의 ‘후원당원 선거인단 증발사태’ 수습책을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측은 “선거운동을 안 하겠다는 것이지 경선불참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조 의원이 중도하차를 위해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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