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지난 27일 ‘400만 달성 감사 대국민 기자 간담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언론을 상대로 공식 인터뷰를 했다.
신 총재는 이 자리에서 “내년 시즌에도 8개 구단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현대 매각 문제는 11월까지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11년 만의 400만 관중이라는 ‘치적’에 너무 취한 것일까. 신 총재는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말을 바꿨다.
신 총재는 28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 기자간담회에서는 넉넉하게 여유를 잡았지만 10월초까지는 아마 좋은 소식이 전해지리라 생각한다”며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뻗어가는 기업이다.
흔히 말하는 기준으로 따지면 대재벌과 튼튼한 중소기업 그 중간쯤으로 보면 된다"라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신 총재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곧바로 ‘퀴즈 게임’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신 총재가 밝힌 기준을 근거로 저마다 현대 인수 후보 기업을 예상했고, 이 중 상당수가 STX그룹을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네티즌들의 추정은 이날 오후 STX가 KBO로부터 현대 인수 제안을 받아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데 신 총재는 이에 앞서 기자와의 통화에서 STX와의 협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농협과의 협상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언론에 먼저 보도가 된다면 또 현대 매각이 물 건너갈 수 있다”고 강한 톤으로 ‘경고’를 했다. 심지어 그는 “과연 이런 게 알 권리인가”라며 “불쾌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본지는 지난 1월 KBO와 농협중앙회의 현대 인수 협상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농협의 현대 인수는 급물살을 탔지만 농민단체와 농림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KBO는 “앞으로 어떤 기업과 인수 협상을 벌이더라도 절대 언론에 새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보안을 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신 총재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 때문에 STX그룹과 양해 각서를 체결하기도 전에 그 사실이 알려졌다.
신 총재는 지난해 취임 이후 가시적인 성과 보다는 말을 먼저 내세우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정치형 총재의 한계를 벗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 총재는 이번에도 STX와의 현대 인수 협상이 무산될 경우 또 언론 탓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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